'손흥민·라민 야말 보려다'…스포츠 티켓 사기 주의보

티켓 '먹튀'에다 추가 입금 요구까지
"오픈채팅방서 선입금 거래 피해야"

대학생 황모씨(22)는 최근 유럽 명문 축구팀 FC 바르셀로나의 내한 친선전 티켓을 구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아이디 옮기기 실패 시 100% 환불'이라는 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한 황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거래를 진행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간 오픈채팅방에서 비대면 거래를 진행한 경험이 있었던 황씨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판매자에게 설명을 들은 뒤 티켓값 20만원을 입금했다.

그런데 판매자는 본인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재입금을 요구했다. 업체 계좌로 돈을 받은 거라 입금자 이름을 본명이 아닌 아이디로 입력했어야 구매자 확인이 된다는 것이다. 재입금이 확인되면 처음 보냈던 20만원은 환불된다는 말에 황씨는 20만원을 한 번 더 보냈지만 이후 판매자와 연락이 끊겼다.

축구 티켓 사기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재입금을 요구하고 있다. 독자 제공

토트넘 홋스퍼 FC, FC 바르셀로나 등 해외 명문 축구팀의 내한 친선전을 앞두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티켓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단순 '먹튀' 방식뿐 아니라 본인확인 등을 빌미로 여러 차례 재입금을 요구해 중고 티켓값 2~3배에 달하는 금액을 가로채는 방식까지 수법도 다양하다.

9일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티켓 사기 피해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FC 바르셀로나는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 서울과 친선전을, 토트넘 홋스퍼 FC와 뉴캐슬 유나이티드 FC는 다음 달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친다. 한 피해자는 토트넘 홋스퍼 FC 경기 티켓 사기를 당해 40만원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판매자가 선입금을 요구하며 본인 신분증 사진을 피해자에게 보여주자, 사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덜컥 입금했지만 이후 판매자와 연락이 끊긴 것이다.

중고 티켓 가격이 치솟고 있어 판매자들은 사기에 더 취약하다. 티켓을 보다 저렴하게 사기 위해 덜컥 선입금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트넘 홋스퍼 FC의 친선전 티켓은 1등석 B 기준 정가가 28만원이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40만원에 올라와 있다. FC 바르셀로나의 경우 4만원짜리 3등석 B 티켓이 14만원에, 30만원인 1등석 B 티켓이 55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국민체육진흥법상 구입가격을 초과해 티켓을 판매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축구 티켓 관련 사기 규모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큰 편은 아니다. 금융사기 방지 플랫폼 더치트에 8일까지 등록된 올해 축구 티켓 관련 사기는 36건, 피해 금액은 1809만원이었다. 야구(3172건·8억5102만원)보다 피해 규모가 작지만 두 종목의 티켓 사기 수법이 비슷해 주의가 필요하다.

티켓 사기뿐 아니라 경기에 입고 갈 유니폼도 사기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이우진씨(30)는 최근 토트넘 홋스퍼 FC 경기에 입고갈 유니폼을 사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정가 19만원짜리를 15만원에 사려다 사기를 당할 뻔했다. 이씨는 "돈을 보내기 전 짝퉁인지 확인하려고 판매자에게 유니폼 택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고 나서 확인해보니 짝퉁이었다"며 "판매자에게 항의했더니 판매자는 나를 차단하고 게시글을 삭제했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티켓 사기 금액은 개인별로 보면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전체 피해액이 큰 만큼 관련 수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며 "비대면 중고 거래 시 거래 플랫폼의 안전 결제로 거래를 하고 오픈채팅방 등에서 거래 상대방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로 함부로 선입금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회부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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