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래기자
골프를 하려면 공과 클럽이 필요하다. 이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경기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라운드 도중 공이 모두 소진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비단 아마추어 선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프로 선수들도 준비한 공을 다 써버려 난처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민규가 이 같은 일을 겪었다. 그는 지난 23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듄스 코스(파71)에서 열린 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 2라운드 도중 기권했다. 9번 홀을 마친 후 가지고 있던 공을 모두 사용해 더는 경기를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민규는 코오롱 한국오픈 2라운드에서 준비한 공을 모두 잃어버려 기권했다. 사진제공=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원회
디펜딩 챔피언인 김민규는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해 18번 홀까지 9개 홀을 돌며 트리플 보기 1개, 더블 보기 2개, 보기 1개 등 총 8타를 잃었다. 그 과정에서 OB 구역과 연못 등에 공을 총 6개나 날렸고, 9번 홀이 끝났을 때는 준비해온 공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골프는 규칙이 엄격한 종목이다. 선수는 18홀 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제조사와 모델이 같은 공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원 볼 룰'이라고 부른다. 공이 다 떨어지면 동반자에게 빌리거나 골프장 내 프로숍에서 구매해야만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
'미녀골퍼' 김하늘도 공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다. KLPGA 투어에서 8승, JLPGA 투어에서 6승을 올리고 2021년 은퇴한 그는 2009년 5월 경기도 용인의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동코스에서 열린 KLPGA 투어 힐스테이트 서경오픈 1라운드에서 뜻밖의 상황을 맞았다.
평소처럼 캐디백에 공 4개만 챙겨 나갔지만 샷이 흔들렸다. 4번 홀에서 OB가 나왔고, 이어 12번, 15번, 16번 홀에서는 티샷이 물에 빠졌다. 결국 공이 모두 사라져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당시 김하늘은 2008년형 타이틀리스트 프로 V1x를 사용 중이었고, 동반자인 유소연은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서희경은 투어스테이지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규정상 같은 모델의 공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기에 실격 위기였다.
다행히 갤러리 중 한 명이 도움을 줬다. 그는 주니어 골프 선수인 딸과 연습할 때 쓰던 골프공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김하늘이 사용하던 타이틀리스트 프로 V1x와 동일한 모델이었다. 공을 비닐봉지에서 꺼내 건네준 덕분에 김하늘은 가까스로 라운드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 김하늘은 다음 대회부터는 공을 9개씩 챙겨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