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 불스홀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경제정책 영향과 대응 방향' 세미나에서 "미국 무역정책의 직간접적인 효과로 국내 성장률이 약 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장 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강도 관세 위협과 유예를 반복하면서 글로벌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전례없이 높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두 번째로 큰 수출대상국으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수출에서 약 1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관세 부과로 국내 GDP 규모는 약 0.5% 감소하고, GDP 성장률도 약 0.5%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한국산 자동차와 철강에 각각 25% 품목관세, 기타 품목에 10% 관세율을 가정한 결과다.
여기에 90일간 유예된 국가별 상호관세까지 발효될 경우 경제 충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장 연구위원은 "관세 부과뿐 아니라 무역정책 불확실성의 정량적 효과가 상당하다"면서 "관세의 직접효과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관세 부과 없이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실물 경제 활동에 부정적 여파를 미치며 GDP 감소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장 연구위원은 무역정책 불확실성 등 직간접적 효과로 한국의 성장률이 약 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면서 "상호관세 유예 시한 이전에 원만하게 무역협상을 타결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완화적 통화·재정 정책으로 관세와 불확실성의 영향을 완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이승호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환율정책 관련 발표에서 "(미국이) 달러화 약세 유도를 위해 국가별 환율절상 압박, 환율협정을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각국을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관세압박, 방위비 분담 등을 연계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 원화 약세, 방위지원 부담 등으로 우선협상대상국에 적합하다"면서 "환율 절상 압박과 더불어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직접투자를 유도하고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 축소, 방위비 증액 등을 동반 요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이 연구위원은 "원화 가치 절상 요구 시 수출 경쟁국 통화 대비 원화의 절상 크기 및 속도가 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대외 불확실성과 민간 부문의 해외증권 투자 증가 등 구조적인 (달러 수요 증가) 요인으로 당국의 인위적인 환율 조정이 쉽지 않음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단기 환율변동성 확대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과거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절하시켰던 '플라자 합의' 당시처럼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가 체결될 가능성은 작게 봤다. 현재 달러화 가치가 장기 균형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데다, 과거와는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유럽 등의 강한 반발 시 환율 정책의 공조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다자간 환율협정을 추진할 경우 "역내 및 한·중·일 협력 등을 통해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과거 플라자 합의 후 일본 엔화의 큰 폭 강세가 잃어버린 30년의 시발점이 됐던 교훈에 유념할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