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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야심 차게 출범시킨 '글로벌 톱(TOP) 전략연구단' 선정에서 탈락한 '양자'(Quantum)가 재도전에 나섰다.
이용호 표준연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 연구단장(왼쪽)이 정호종 대전시 부시장에게 50큐비트초전도양자컴퓨터 모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표준연
5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2025년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 제안서 1차 선정 결과에 '초연결 확장형 슈퍼양자컴퓨팅 전략연구단'과 '무오류 양자소재 개발 전략연구단'을 포함했다.
지난해 한국표준연구원(KRISS)은 '양자연결'을 주제로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 도전에 나섰지만, 1차 심사를 통과하고도 최종 선정에 실패했다. 양자를 택한 연구단도 표준연뿐이었다. 과학계에서는 정부가 3대 게임체인저 기술로 지목한 양자가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 선정에서 탈락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5년 내 성사라는 목표를 이루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양자컴퓨터 광풍이 몰아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호성 표준연 원장도 "올해에는 꼭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에 선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도전 의지를 강조한 상태다.
표준연은 과제를 수정해 양자컴퓨터로 재도전에 나섰다. '초연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양자컴퓨터에 방점이 찍힌다. 표준연은 국가과제로 2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제작해 이달 중 시연을 예정하고 있기도 하다.
최재혁 표준연 양자기술연구소장은 "IBM, 구글 등 빅테크도 아직 구현하지 못한 양자 큐비트(QUBIT)의 집합체인 양자처리장치(QPU)를 연결하는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연구단의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빅테크들은 양자컴퓨터의 핵심인 큐비트의 개수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QPU를 연결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큐비트의 수를 하나의 QPU 내에서 늘리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QPU를 초고속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더 큰 용량의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최 소장은 "이 부분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뒤진 우리도 앞서 나갈 수 있는 분야다"라고 설명했다.
연구단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 출연연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스텍·예일대 등 학계, LG전자·아이디퀀티크(IDQ) 등 산업계도 참가하고 있다.
원자력연도 미래도전형 과제에 '무오류 양자소재 개발 전략연구단'으로 도전 중이다. 원자력연의 과제는 양자컴퓨터의 핵심인 큐비트를 구성할 양자물질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연구 중인 위상변화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단의 목표다.
이성수 원자력연 첨단양자소재연구실장은 "양자분야에서도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대학, 산업계가 연합해 연구단을 꾸려 국가적인 R&D(연구·개발)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지난해 1000억원의 예산으로 5개 전략연구단이 출범했다. 올해는 예산이 1250억원으로 늘어나 국가전략형(11개)와 미래도전형(10개) 등 총 21개의 과제가 1차 관문을 통과한 상태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중 국가전략형과 미래도전형 각각 5곳 내외가 2차 평가를 거쳐 최종 낙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큐비트(QUBIT): 양자컴퓨터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기본 단위.
▶양자처리장치(QPU):양자컴퓨터의 두뇌. 컴퓨터에 사용되는 중앙처리장치(CPU)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