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기자
이기민기자
공병선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여당 요구를 일부 반영한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하면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야권은 여당의 반대 명분이 약화한 만큼 국회 통과를 자신하는 분위기이지만, 여당은 ‘졸속 법안’이라며 자체 특검법 발의를 예고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이 전날 재발의한 내란특검법의 핵심은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아닌 제3자인 대법원장이 갖도록 했다는 데 있다. 대법원장 추천 후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도 이를 거부할 야당의 ‘비토권’ 역시 제외했다. 파견 검사 및 공무원 등 특검 임명 수사관도 당초 205명에서 155명으로 50명 축소했고, 수사 기간 역시 170일에서 150일 20일 줄였다.
민주당이 여권의 주장을 대폭 수용한 배경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내란특검법 재표결에서 불과 2표 차이로 부결되면서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정부와 국민의힘이 특검 반대를 표명하면서 얘기한 것들을 대부분 해소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내란특검법 통과 지연에 따른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재발의한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아쉬운 감은 있지만, 이번 재발의한 특검법은 여당의 반대 명분이 없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변수는 내란특검법에 포함한 윤 대통령의 외환유치죄다. 외환유치죄는 공소시효가 배제되고 법정형은 사형 혹은 무기징역에 처하는 강력한 형법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수정·재발의한 특검법이 여론몰이를 위해 졸속으로 만드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수정·재발의한 특검이 최대 150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환유치 혐의, 내란선동, 관련 고소·고발까지 포함해 헌재의 탄핵 심판과 탄핵소추 인용 시 대통령 선거까지 여론몰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내놓은 특검법은 수사 범위를 무한정 늘릴 수 있게 무제한 특검의 길을 터놨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대안 없이 특검법 거부의 정치 스탠스를 이어가는 것도 부담이어서 자체 특검법을 만드는 움직임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내란특검 첫 표결 때는 안철수·김예지·김용태·김재섭·한지아 의원 등 5명이 찬성표를 던진 데 이어 전날 재표결에서는 6명이 찬성표를 던져 이탈표가 1표 늘었다.
이에 원내 지도부는 법률자문위에 자체 특검법 초안 마련을 요청한 상태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특검의 보충성과 예외성을 담고, 위헌요소를 제거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빨리 만들어지면 다음 주에 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친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여야 정치의 회복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여당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토대로 특검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토론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여야 관계는 완전히 단절돼 있다. 서로 비난하고 조롱하는 게 일상화됐는데 그래선 안 된다"며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극복하려는 게 민주주의 실행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