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 상용화 땐 엔비디아는...' '견제구' 젠슨 황 '20년 걸려'

양자株 일제히 폭락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기까지 20년은 봐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줄줄이 폭락했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양자컴퓨터 상용화 때 컴퓨팅 사업에서 큰 타격이 불가피한 엔비디아의 수장이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CES 2025’가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를 방문 중인 젠슨 황 CEO는 지난 7일 간담회에서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기까지) 20년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이 믿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15년이 걸린다고 하면 아마도 이른 편에 속할 것이고, 30년이면 늦은 편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워치는 “황 CEO는 이날 양자컴퓨터가 작은 데이터, 큰 컴퓨팅 문제엔 적합하지만,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한 곳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과 관련해서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CEO가 짧은 기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양자 주식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자역학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로 계산을 수행할 수 있어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았다. 인공지능(AI), 의학, 암호화 등 광범위한 분야의 산업 지형을 바꿀 수 있어서다. 특히 지난달 빅테크 구글이 10자년 걸릴 계산을 단 5분 안에 풀 수 있는 양자 칩 ‘윌로우’ 개발 소식으로 시장 안팎에서 상용화 기대감이 급격히 커졌고, 양자컴퓨터 관련 스타트업의 주가는 덩달아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젠슨 황 CEO의 발언으로 이날 뉴욕증시에서 양자컴퓨터 관련주의 주식은 폭락했다. 아이온큐와 리게팅 컴퓨터 주가는 각각 39%, 45% 하락했다. 퀀텀 컴퓨팅(-43%), 디웨이브 퀀텀(-36%), 아킷퀀텀(-31%) 등 다른 양자컴퓨터 관련주도 줄줄이 내렸다. 이바나 델레브스카 스페어 인베스트 투자 책임자는 “15~20년이라는 시간표는 매우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될 때 타격이 불가피한 황 CEO가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컴퓨팅에 활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을 통해 AI 칩 시장 80% 장악하며 성장했는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양자컴퓨터가 GPU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리처드 섀넌 크레이그 할럼 분석가는 “양자 컴퓨팅은 엔비디아가 가장 큰 수혜를 누리고 있는 기존 컴퓨팅 사업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CEO의 발언으로 양자컴퓨팅 업체는 반박에 나섰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앨런 바라츠 디웨이브 퀀텀 CEO는 황 CEO의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며 “자사는 이미 상용화된 양자컴퓨터를 마스터카드, NTT도코모 등 여러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년, 20년, 30년이 아니라 바로 오늘 (상용화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마켓워치는 “여전히 양자컴퓨터 업계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아이온큐와 퀀텀 컴퓨팅의 지난해 연간 수익 전망은 각각 4160만달러, 5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마켓워치는 “이는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짚었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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