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해 절반 이상의 미국 국민이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우크라이나 전쟁·이민 정책에 대한 신뢰가 두드러졌다. 다만 그의 핵심 공약인 관세 인상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가 지난 5∼8일(현지시간) 미국 성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3.8%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 전망에 대해 '열광적' 또는 '낙관적'이라고 답했다. 같은 기간 CNBC의 여론조사(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도 응답자의 54%가 트럼프 집권 2기에 대해 "편안하고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낙관론은 경제 개선 기대감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저지에 사는 한 20대 여성은 "트럼프가 한 말과 행동 중 많은 부분에 동의하지 않지만 최근 대학 졸업 후 취업 시장에 뛰어든 사람으로서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삶이 예전 같지 않다. 그가 경제를 활성화하고 미국의 진정한 가치를 상기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미국인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걸고 있는 기대는 경제 정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응답자의 65%가 '신뢰'를 표명한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 못지않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62%가 '매우' 또는 '어느 정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이민 정책(60%), 진정한 국가 리더십(59%), 외교 정책(55%), 책임감 있는 대통령 권한 행사(54%), 행정부 인선(54%) 등에서도 절반 이상의 응답자로부터 "신뢰한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관세 인상'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CNBC 여론조사에서 관세 인상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42%에 이르렀지만, 찬성은 27%에 불과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2021년 1·6 미 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 연루자들을 사면한다고 예고한 것에 대해서도 26%만 찬성했고, 50%는 반대했다.
CNBC는 "대다수의 미국인이 트럼프 2기를 낙관하면서 차기 행정부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일부 의제에 대해선 경고등이 켜졌다"며 관세 인상과 의회 폭동 사면이 트럼프 행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대로 관세를 인상하고 감세 정책을 펼 경우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해 긍정적 기대를 받고 있는 경제 정책이 합격점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 임원들이 관세 인상을 완화하거나 철회하기 위한 로비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비관적' 또는 '불안하다'고 답한 응답자 역시 48%로 상당한 수준임을 지적하며 "미국 대중은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다"고 설명했다. CNBC 역시 "트럼프 2기에 대한 미국인들의 전망이 1기 때보다 양극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