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취소 반나절에 다시 출장 결정… 지하철 파업 대응 혼선

"공사 자율권에도 영향… 출장 다시 진행"
4일부터 6박8일간 인도·말레이시아 방문
우호도시 협정 체결하고 우수 인재교류 확대

지하철 파업 대응을 위해 출발 하루 전 해외출장을 취소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초 출장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교섭을 앞두고 서울시장이 자리를 지키는 게 공사 교섭력을 약화하고 자율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인데, 오락가락 행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3일 신선종 대변인 명의의 공지를 통해 "당초 예정됐던 출장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사유는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의 동시 파업"이라며 "파업시 시민들께 불편을 드리지 않기 위해 출장을 취소하고 파업까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이 파업전 교섭을 앞두고 출장을 취소하는 것이 오히려 공사 교섭력을 약화하고 자율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출장을 다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소상공인 지원대책 발표에서 명태균 관련 질문을 받고 답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당초 오 시장은 4일부터 6박 8일 일정으로 인도와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인도 뉴델리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정책공유 포럼에 참여하고 도시 간 인재교류 협력 논의까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날 오전 오 시장의 출장 취소 일정을 알리고 지하철 파업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지하철 파업의 경우 지난달부터 예고된 사안이지만 마지막까지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하철을 운영 중인 서울교통공사 제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는 구조조정 철회 인력운영 정상화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제2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도 내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일각에선 출장 취소에 정치적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오 시장이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연일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으로 검찰은 이르면 이날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 등 핵심 관계자들을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이들을 고발·수사 의뢰한 지 1년여만이다.

오 시장의 출장이 다시 확정되면서 예정됐던 현지 일정은 그대로 진행된다. 이번 출장의 키워드는 '정책 공유'와 '인재 유치'다. 서울시는 인도, 말레이시아와 도시관리·교통·자원순환·재난안전 등 이들 도시의 발전과제를 해결해 줄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국민 평균 연령이 30세 이하로 젊은 국가인 두 나라의 유학생, 첨단 산업인력 등 글로벌 우수 인재 유치도 본격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첫 일정으로는 델리주 총리를 만나 우호도시 협정을 체결하고 '서울-델리 정책공유 포럼' 기조연사로 나서 서울의 교통·자원순환 등 정책 성과에 대해 발표한다. 또 인도 정관계 고위 인사와의 면담도 가질 예정이다. 첸나이에서는 첸나이 제1·2공장에서 연 82만대 수준의 생산설비를 가동 중인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만나고 현지 대·중소기업, 창업기업 등 30여 개사 기업인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한다. 말레이시아로 이동해서는 쿠알라룸푸르 시청에서 우호도시 협정을 체결한다. 이어 정책공유 포럼 기조발언을 통해 도시관리·재난 안전 등 서울의 정책 경험을 발표, 두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사회부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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