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미국)=권해영특파원
몰락한 '반도체의 제왕' 인텔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던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인텔 주가는 뉴욕증시 개장 전 거래에서 4% 넘게 오르고 있다.
2일(현지시간) 인텔은 겔싱어 CEO가 1일자로 회사를 떠났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EO)와 MJ 홀타우스 인텔 제품 부문 사장이 임시 공동 CEO로 선임됐다.
겔싱어의 사임은 인텔이 반도체법 등에 근거해 정부로부터 공장 건설에 필요한 78억60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확정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겔싱어는 지난 2021년 인텔 CEO로 취임하며 반도체 시장에서 크게 뒤처진 회사를 살리는 데 올인했다. 인텔은 1990년대 개인용 PC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할 정도로 반도체 산업을 지배한 최고의 IT 기업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 아이폰의 등장으로 모바일로 재편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크게 뒤처졌다. 겔싱어는 인텔 CEO 취임 후 회사를 살리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한국, 대만,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며 성공하지 못했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도 기회를 찾지 못하고 사업은 침체에 빠졌다.
그 결과 인텔 주가는 올해만 52% 폭락했고 미국 주요 주가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 편입 25년 만에 제외되는 굴욕을 겪었다.
인텔은 결국 내년 전체 인력의 15% 감원, 100억달러 규모의비용 절감 등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급기야는 지난 9월 퀄컴에 인수될 것이란 소문까지 돌았다.
CNBC는 "인텔은 핵심 사업에서 시장 점유율을 잃고 AI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면서 장기간 침체에 빠졌다"며 "인텔은 한 때 미국 최고의 반도체 회사였지만 겔싱어의 임기 동안 주가와 시장 점유율은 더 폭락했고, 겔싱어는 4년에 가까운 격동의 세월을 끝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