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개 의자 불로 지져 14억 아낀 이곳…대통령상도 받았다

양산시설관리공단, 2만개 운동장 관람석 노후 고민
LP가스로 가열하면 복원된다 착안
14억 예산 200만원으로 끝내
각종 수상에 최근 대통령상까지 받아

양산종합운동장 관람석을 토치로 원색복원 중인 모습. 양산시설관리공단 제공

지난 3월 양산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의 칭찬공유에는 ‘양산시 시설관리공단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대구시민이라고 밝힌 게시자는 "우연히 양산종합운동장 관람석 복원사업 기사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렇게 글을 남기러 왔다"고 운을 뗐다. 게시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14억이나 예산절감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신 양산시 시설관리공단 정경호 대리님을 칭찬해 드리고 싶다"면서 "어차피 예산지출로 처리하셨어도 될 일인데 직접 토치로 실험해보시고 수개월간 지켜본 뒤 동료들에게 효과를 설명하고 설득하셨을 수고로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토치로 복원 중인 관람석과 이전 노후화한 관람석이 비교되는 양산종합운동장 모습. 양산시설관리공단 제공

게시자는 그러면서 "정경호 대리님의 아이디어를 가볍게 들어 넘기지 않고 귀담아 들어 주셨을 뿐 아니라, 바쁜 업무 짬짬이 직접 복구에 나서 주신 양산시 시설관리공단 직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누구든 제안을 할 수 있고, 또 그 제안이 실제로 받아들여지고 적용되는, 열려있는 운영방식을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앞서 2월에도 서울에 산다는 한 주부도 같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양산종합운동장 관람석을 자체복원중이신 양산시시설관리공단 정경호 대리님과 동료직원분들을 칭찬한다"고 했다.

이들이 칭찬한 것은 14억을 들여 의사를 바꾸는 대신에 토치를 이용해 의자를 새롭게 교체한 사업을 말한다. 공단 측은 올해 초 주 경기장인 양산종합운동장의 2만여 낡은 관람석 원색 복원작업을 하기로 했다. 당초 소요예산은 1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LP 가스를 이용한 가열기(토치)로 빛바랜 플라스틱 관람석 의자를 가열하면 마술처럼 원래 처음에 유지했던 의자 색으로 돌아가는 원리로 교체 비용을 아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200여만원. 14억원이 들어갈 일을 200만원으로 끝낸 것이다. 공단 종합운동장팀이 낸 빛나는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지난 26일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양산시설관리공단 임직원들. 양산시설관리공단 제공

이 사례는 최근 ‘2024년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주관으로 연 이번 대회에서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공기관 등 289개 기관에서 제출된 570여 개 사례 중 17건이 본선 경쟁을 벌였다. 국민심사단의 사전 현장 심사(30%), 본선에서 진행된 10명의 전문가 심사(50%), 1천여명의 국민투표단이 참여한 실시간 온라인 투표(20%) 점수를 합산한 결과, 양산시설관리공단 혁신사례가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공단은 지난 10월 7일 경남도 혁신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앞서 9월에 열린 ‘2024 지방공공기관 혁신 및 투자활성화 우수사례 공모’에서 혁신 우수상을 수상했다.

공단직원들은 연초 이 사업이 화제가 되자 양산시로부터 우수예산절감 사례로 선정돼 700만원의 예산성과금을 받았다. 공단직원들은 지난 5월 16일 예산성과금으로 수여받은 500만원을 양산시인재육성장학재단에 전달했다.박성관 공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시민이 살기좋은 양산을 위해 늘 묵묵히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양산시시설관리공단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슈&트렌드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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