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27일(현지시간)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미 대표가 북한 대표를 향해 러시아 파병 사실이 있냐고 질문하자 북한 대표가 "북·러 조약 의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답변하며 파병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를 의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략 전쟁을 돕기 위한 북한의 파병으로 전쟁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더 넓은 유럽 안보에 위협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성 북한 주유엔 대사를 향해 "매우 간단한 질문이다. 안보리도 간단명료한 답변을 바랄 것이라 생각한다"며 "북한은 러시아에 병력을 배치했느냐"라고 돌발 질문을 던졌다.
이에 김 대사는 파병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국제법과 유엔헌장에 완전히 부합한다"며 "따라서 북한은 이 조약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파병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김 대사는 우드 차석대사의 질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은 이전에도 러시아 파병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지난달 25일 "최근 국제보도계가 여론화하고 있는 우리 군대의 대(對)러시아 파병설에 유의했다"며 "그런 일이 있다면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우드 차석대사에 이어 추가 발언에 나선 세르히 올레호비치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김 대사의 안보리 발언을 두고 '싸구려 통속소설(pulp fiction)'이라고 일갈했다. 키슬리차 대사는 우측에 앉은 김 대사를 노려보면서 "북한 대표의 눈을 직접 보고 이 말을 하기 위해 회의장 자리를 지켰다"며 "그는 다른 범죄 정권을 돕는 범죄 정권을 대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머지않아 당신과 당신의 지도자는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머지않아 당신 나라 사람들은 자유로워져 민주주의와 자유를 만끽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국제사회가 단합해 불법적인 러·북 협력의 즉각 중단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