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첨단주행보조 등 소프트웨어(SW) 기술력이 업체 간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된 가운데 그다음 수순으로 여겨지는 스마트카 보급도 중국이 한발 앞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6일 내놓은 ‘중국 자동차 시장 내 화웨이의 부상과 전망’ 보고서에서 "영업이익률이 낮은 중국 자동차 업계가 고부부가치 차별화를 위해 도심 NOA(내비게이션 기반 자율주행) 등 스마트드라이빙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드라이빙은 기본적으로 SW 등 주행시스템이 운전하되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레벨3 수준 이하 기술을 일컫는다. 도로 상황이나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활용해 스스로 주행 가능하나 주변 여건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운전자는 언제든 개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통상 레벨4 단계부터 자율주행으로 부른다. 레벨3까지는 첨단주행보조에 가깝다.
이러한 스마트드라이빙 선두주자로는 중국에서 화웨이가 꼽힌다. 통신장비나 스마트폰 등을 만드는 기술기업으로 알려져 있으나 첨단 주행보조 기술을 가다듬어 완성차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가 된 BYD나 창안 등 기존 완성차 업체도 화웨이 기술을 적극 가져다 쓴다. 중국에서는 화웨이를 기존 자동차 회사의 개인교사 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 두뇌로 꼽히는 SW 기술을 다양한 회사에 고르게 공급하고 있어서다.
보고서를 쓴 이서현 선임연구원은 "(기존 완성차 업체가) 자체 SW 기술로는 수요에 적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화웨이와 협업을 추진한다"며 "2023년 전후로 스마트드라이빙 기술이 중국 소비자 구매 결정요인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다양한 범위, 방식으로 완성차와 협업한다. 운전석 주변 제어기능을 포함하는 콕핏을 비롯해 디스플레이·모터 등 일반 부품을 공급하는 티어1, 자율주행·스마트카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등을 포괄하는 HI(화웨이 인사이드) 방식이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HIMA(하모니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얼라이언스)는 티어 0.5 수준이다. 차량 설계를 비롯해 품질관리, 디자인·브랜드 운영·판매까지 관여하는 협업 방식이다.
HIMA 브랜드 전기차는 비싸다. 보고서를 보면 평균 판매 단가는 대당 약 7400만원 수준이다. 이는 현지에서도 고가 브랜드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평균 6350만원), BMW(평균 6240만원) 보다도 15% 이상 비싸다. 테슬라 평균 판매 단가가 5270만원 수준이다.
비싼 가격에도 잘 팔린다. HIMA 계열 자동차는 지난 9월 4만대가량 팔리는 등 올해 1~9월간 31만대 정도 팔렸다. 내수 신에너지차(배터리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 판매량으로는 7위다. 현지 1위 메이커 BYD가 올해 1~9월 247만대가량 팔았으며 최대 민영 자동차 그룹 지리가 53만대, 테슬라가 46만대 수준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화웨이는 스마트드라이빙 기본 기능에 도심 NOA 등 추가 기능이 있는 2단계 수준 자율주행 기술 패키지를 다른 회사와 달리 유료로만 제공한다"며 "패키지 가격을 높이면서도 구매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화웨이가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기술 수준이 높다는 평을 받지만 앞으로 협업 관계나 상대 우위 유지 여부에 따라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BYD처럼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 있으며 샤오펑-엔비디아, 테슬라-바이두 같이 SW나 자율주행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협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화웨이는 자동차 산업 플랫포머를 목표로 하지만 그 영향은 중국 내수시장에 집중될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등이 화웨이의 상대적 우위를 상당 부분 결정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받는 데다 신흥국에서는 비싼 가격때문에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