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미국에서 1년에 출간되는 책은 약 400만 권, 이 중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2%인 8만 권 남짓이다. 성우가 300페이지의 책을 읽는 데만 사나흘이 걸리고 이를 오디오북으로 만들기까지는 보통 한 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작 비용도 수백만원이 든다. 판매가 검증된 책만 오디오북으로 나오는 이유다. 신티아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인공지능(AI) 기술로 이 비효율적인 오디오북 제작 방식을 혁신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다. 2020년 창업 이후 담금질한 기술은 글로벌 AI 오디오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2025년 빛을 발할 전망이다.
26일 오진환 신티아 대표는 "오디오북 시장은 공급이 부족해 갈증이 많았다"며 "미국 시장 기준 오디오북으로 제작이 안 되는 98%의 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티아의 AI 기술은 기존에 성우가 녹음하는 방식으로는 3~4주가 걸리는 오디오북 제작을 한 시간 안에 끝낸다. TTS(텍스트 음성 변환) 기술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기만 하는 게 아니다. AI는 먼저 책 전체를 한 번 읽고 분석을 마친 뒤 낭송을 한다. 오 대표는 "오디오북에 특화된 기술로, AI가 숨을 쉬고 강약을 조절하며 감정 표현도 해가며 자연스럽게 소리를 낸다"며 "등장인물이 있는 소설이라면 어울리는 음성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AI는 책을 읽고 낭송에 가장 적합한 목소리를 합성해 만든다. 개인마다 몰입도가 높은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책 한 권에 여러 목소리 버전을 만들 수도 있다. 작가가 만들어낸 이름이나 창조물의 경우 작가의 소릿값을 받아 낭송하는 목소리에 입혀 작가의 의도대로 소리를 내게 한다.
이 솔루션을 적용하면 누구나 저렴하게 양질의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다고 오 대표는 설명한다. 신티아가 잠정적으로 정한 과금 방식은 시간당 9.9달러다. 10시간짜리 오디오북을 제작한다고 하면 99달러만 내면 되는 셈이다. 오 대표는 "비싼 제작 비용 때문에 오디오북 제작을 못 했던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독자들에게도 더 넓은, 들을 수 있는 소비 방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티유니타스에서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글로벌 한국어 교육 플랫폼인 이브릿지월드를 공동 창업하는 등 글로벌 사업 개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온 오 대표는 우선 미국과 유럽 시장을 일차 타깃으로 본다. 한국어를 포함해 19개의 언어를 제공하지만 LLM 적용에서 보다 완성도가 높은 영어권 시장이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오 대표는 "B2B(기업 간 거래)에서 대형출판사, 오디오북 플랫폼, 음원 플랫폼, 프로덕션 등 잠재 고객사가 많다"며 "음원 플랫폼의 경우 AI 오디오북이 많아지면 구독 모델이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쟁자는 만만치 않다. 아마존,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해 있다. 내년부터 이들이 AI로 만든 오디오북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은 AI 기술을 활용해 오디오북으로 전환한 콘텐츠를 자체 플랫폼을 통해서만 유통한다. 신티아는 이 지점을 공략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오 대표는 "글로벌 기업은 양질의 책, 작가를 독점하고 수익을 분배하는 폐쇄적 모델이기 때문에 작가가 자율성을 원하고 오디오북을 다양한 플랫폼에 올리고 싶다면 맞지 않는다"며 "신티아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싸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작가가 직접 소유권 갖는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이 시장의 50~60%를 가져가더라도 나머지에서도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대형 플레이어가 차지한 50% 외의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내년에는 우리 솔루션으로 글로벌하게 오디오북 7만5000개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