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킹달러(달러 강세)'가 예상되면서 한·중·일 등 아시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과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금리 인하 전후로 통화완화에 나선 주요국 중앙은행들 역시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딜레마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현지시간) 미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 감세 추진, 불법이민 금지 정책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미 달러화 강세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아시아 중앙은행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물가가 뛰고 금리가 올라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관세 인상과 불법이민 금지는 수입품 가격과 인건비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를 장기화할 수 있다.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정책 역시 재정적자 확대, 국채 발행금리 상승 요인이다. 미 금리가 높아지면 자본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달러 가치는 더 오르게 된다.
WSJ는 달러 강세로 아시아 지역의 수입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에너지·식품 수입 물가가 뛰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자본 유출 우려도 커진다고 예상했다. 미 투자은행(IB) JP모건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는 2008년 이후 달러가 강세를 보인 기간 평균 13% 하락했다. 이는 최근 미국의 통화완화 사이클 개시에 맞춰 금리 인하에 나선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정책에 제약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춰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고 7월 기준금리를 올린 일본은행(BOJ)의 경우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풍부한 외환 보유액을 통해 통화 가치 급락을 막을 순 있겠지만 미 금리가 아시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자본 유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WSJ의 분석이다.
미국이 견제 수위를 올리고 있는 중국의 경우 통화 가치 하락이 더욱 가속될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위안화 가치는 2018~2019년 달러 대비 10%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중 관세 60% 부과를 예고해 앞으로 위안화 가치 하락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WSJ는 "달러 대비 통화 가치 약세는 수출 측면에서 관세 인상으로 인한 타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본 유출을 가속할 위험도 있다"며 "이는 주택 시장 붕괴로 경기 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에는 특별한 과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