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기자
국내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폐기물·수처리 등 환경 관련 기업 인수에 집중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변동성이 큰 소비재보다는 인프라 성격을 지닌 사업 투자에 골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 PE)는 최근 부방그룹의 수처리 회사 3곳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글랜우드PE가 인수하는 회사는 테크로스환경서비스, 부곡환경,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의 중국 자회사 등이다. 경쟁사인 에코비트 등이 공공 수처리 유지·보수(O&M) 사업을 중심으로 한다면 테크로스환경서비스는 공공과 민간사업 전방위로 활약하는 기업이다.
환경 관련 기업들은 규제산업인데다 현금흐름이 좋고, 미래가치도 높다.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이나 산업폐기물로부터 금속자원을 추출하는 도시 광산 등의 사업은 미래 유망사업으로 꼽힌다.
올해 부방그룹 수처리 회사 외에도 여러 환경기업이 PEF 운용사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앞서 IMM 컨소시엄(IMM 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IMM 크레딧 앤 솔루션)은 에코비트를 2조700억원에 인수했다. 에코비트는 폐기물 처리업체로 국내 매립시장 1위 사업자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PEF운용사인 KKR이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가 태영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M&A시장에 나왔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는 올 하반기 플라스틱 폐기물 전문기업인 KJ환경을 1조원에 인수했다. 어펄마캐피탈과 더함파트너스 컨소시엄은 폐기물 매립업체 제이엔텍을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PEF 업계 고위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큰 경제환경에서 변동성이 큰 소비재 쪽은 투자하기 힘들다"며 "안정적인 인프라 투자를 찾다 보니 환경 관련 기업을 찾게 된다"고 귀띔했다.
폐기물 산업은 정부로부터 허가받아야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노력이 진행되면서 성장세가 예상되는 사업 분야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국내 폐기물 업체들은 영세한 규모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 유사한 업체들을 모아 시너지를 창출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PEF보다 한발 앞서 폐기물 산업에 조단위 자금을 투입한 대기업들도 있다. SK그룹은 2020년 폐기물 업체 EMC 홀딩스(현 SK에코플랜트)를 1조원에 인수한 뒤 의료 폐기물 업체와 전자 폐기물 업체를 연이어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GS그룹은 GS건설을 앞세워 2011년 글로벌 수처리 업체 이니마(현 GS이니마)를 인수하는 등 폐기물 관련 산업에 뛰어들었다. 2019년에는 자회사인 에네르마를 통해서 이차전지 재활용 산업에도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