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재워달라' 500번 성공한 남성…일본에선 이게 돼?

33살 남성 매일 밤거리서 "하룻밤 재워달라" 팻말
다중밀집지역 장소 정한 뒤 말 걸지 않고 서있어
5년간 500번 성공 대부분 1인가구서 재워줘
식사하고 대화 나누지만 답례는 없어
유튜브 X 등 SNS로도 영상 사진 올려

33세 일본 남성 슈라프 이시다씨는 매일 밤 거리에서 "하룻밤 재워주세요"글을 쓴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일면식도 없는 30대 남성이 거리에서 재워달라고? 누가 재워줄까 했더니 이 남성은 지난 5년간 무려 500번이나 ‘하룻밤 묵기’에 성공했다.

1인 가구 여성의 집에서 묵게 된 슈라프 이시다씨와 집주인. 후지TV 캡처

지난 17일 후지TV ‘더 논픽션’과 야후 뉴스 다큐멘터리는 슈라프씨에 대한 공동기획기사를 내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놀랍게도 매일같이 그를 집에 재워주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날 처음 만난 슈라프씨에게에게 고민이나 외로움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슈라프씨와 같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쉽지 않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눈에 띄기 위해 사람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나 하루 3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역 앞을 철저히 조사한 후 팻말을 펼친다. 행인에게 직접 말을 걸지 않고, 때로는 4시간 넘게 서 있기도 한다. 그는 "낚싯줄을 드리우고 물고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두근거림"을 느끼며 이 상황을 즐긴다. 매일같이 그를 집에 들여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중 약 90%는 1인 가구이며, 남성이 많지만 한 달에 두세 번은 여성에게도 초대받는다.

슈라프씨는 이들을 "집주인님"이라 부르며, 함께 저녁을 먹거나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에게 있어 다른 사람의 집에 묵는 가장 큰 매력은 낯선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학생, 간호사, 회사 경영자 등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집주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일 밤 다른 소설을 읽는 기분"이라며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말한다.

슈라프씨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소극적이고 수줍음을 타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를 바꾼 것은 대학 시절 혼자 떠난 여행이었다. 무작정 대만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식을 대접받으면서 자신을 꾸밀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여행의 매력에 빠졌다. 대학 졸업 후에는 세계일주를 해보겠다면서 대기업에 취직해 5년 동안 약 500만 엔을 저축했고, 28살에 회사를 퇴직했다. 세계일주 전에 국내부터 돌아다녀보자고 생각해 ‘하룻밤 묵기 팻말남’이 됐다.

슈라프 이시다씨가 '하룻밤 재워주세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팻말에는 '침낭은 있습니다', '숙박통산 300건 돌파'가 쓰여있다. 슈라프씨 계정

거리에서 아무도 집을 내어주지 않는 밤도 있다. 그럴 때면 슈라프 씨는 과거에 자신을 재워준 집주인을 찾아간다. 매체가 취재하던 시기에 슈라프씨가 방문했던 사람은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히로코씨(당시 81세)였다. 이번이 네 번째 방문으로, 반년 만에 다시 만나는 자리였다. 히로코 씨는 직접 만든 나물 요리와 생선구이로 저녁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집에 있던 재료로 만든 거야"라며, 심지어 예상치 못한 방문에도 미리 사둔 맥주를 내놓았다. 둘은 허물없는 사이처럼 보였다. "언제든지 와도 되는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라는 슈라프 씨의 다소 뻔뻔한 농담에도 히로코 씨는 "혼자 있는데, 오히려 반가워"라며 미소 지었다.

핼러윈 코스프레로 잠잘 곳을 찾는 슈라프 이시다씨. 슈라프씨 계정

슈라프씨는 유튜브, 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계정을 만들어 동의를 받고 사진과 영상을 올린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고 방송, 신문을 통해 알려진 이후에는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일하지 않고 타인의 선의에 기대고 있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가 곤란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는 무료로 집을 제공받으면서도 특별한 답례를 하지 않는다. "집주인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없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없습니다"라고 단호히 답했다. "저는 숙박하고 싶고, 집주인들은 숙박을 제공하고 싶어 하죠? 서로 대등하지 않나요? 제겐 제가 즐거우면 그만이에요." 집주인들도 "그의 이런 솔직함이 좋다. 나도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매체는 "현대 일본 사회가 직면한 고독과 인간관계의 부족을 배경으로, 독특한 삶의 방식을 선택한 슈라프 씨의 이야기를 통해 1인 가구 증가와 인간관계의 새로운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면서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소 파격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는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현대 사회의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슈&트렌드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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