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이라 AI 급발전'…美의회기구 '핵개발 수준 노력 필요'

미 의회기구, 32개 권고안 제시
AI 및 양자 기술 투자 확대
對中 수출통제 강화 등
中덤핑 수출 대응 방안도 담겨

미 의회의 초당적 자문기구가 중국 첨단기술을 견제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과거 미 핵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와 비슷한 수준의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대중(對中) 수출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국 공산당이 AI, 반도체, 배터리, 로봇공학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자국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고, 나아가 세계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19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중국 첨단기술과 맞서 싸우기 위해 실행해야 할 32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43페이지 분량의 권고안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고 있는 권위주의 중심의 기술 우위 전략이 먹혀들어 가고 있다는 미국의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다. USCC는 "2025년 중국 경제가 흔들리더라도 중국 공산당은 첨단산업 패권을 얻기 위한 야망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필수적인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개척지' AGI 분야, '맨해튼 프로젝트' 수준 프로그램 개발해야

먼저, USCC는 의회가 범용인공지능(AGI)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수준의 고성능 AI를 뜻하는 AGI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이 세계 2차대전 도중 세계 패권을 쥐기 위해 핵무기를 극비 개발한 프로젝트 수준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고성능 AI 칩 대량 생산으로 앞으로 5년 안에 AGI가 출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 정계에서는 반도체 보조금, 무수한 학습 데이터로 무장한 중국이 이 분야에서 우위를 얻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USCC는 AGI 리더십을 얻기 위한 정책으로, 행정부에 광범위한 다년 계약 권한을 제공하고, 주요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기업에 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프로젝트가 실효성 있도록 국방부 장관이 AI와 같은 프로젝트에 국방 관련 물자와 서비스의 우선순위 중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DX' 등급을 부여해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양자, 생명공학 등 첨단기술 견제 방안도 제시

USCC는 양자기술에 대해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기술의 개발과 상업화를 단독으로 또는 주요 국제 파트너와 함께 수직 통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백악관 산하 과학기술정책실은 적절한 기관 및 전문가와 협의해 미국이 해외 투자, 미국의 중요 공급망 평가,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활동 및 연방 지원 연구 활동을 조정하도록 하는 양자기술 공급망 로드맵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생명공학과 관련해서는 중국 기업 및 개인이 게놈, 유전 데이터 등과 관련한 미국 연구개발에 참여할 경우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할 것을 요청했다. 또 지난 9월 발표된 커넥티드 차량 규정을 산업용 기계, 사물인터넷(IoT), 가전 및 중국 기업이 생산한 커넥티드 기기로 확대할 것을 권장했다.

의회는 중국 특정 기술 및 서비스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원격 관리가 가능한 에너지 기반 시설이 대표적이다. 또 의회가 중국 기반 투자자들에게 전략적 기술 분야의 이사회 의석을 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라고도 권고했다. 외국 투자자가 미국의 기술 스타트업 이사회에 의석과 참관인 자리를 차지하도록 허용하면, 중국이 산업 스파이 등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민감한 전략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中 덤핑 수출에 대한 대응 방안도 제시

중국의 덤핑 수출을 통제하기 위한 권고안도 제시됐다. USCC는 전자상거래업체를 통해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 면세 한도(현재 800달러) 규정(관세법 321조)을 폐지하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기업이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정보 요청이나 자발적 리콜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제품을 강제적으로 리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라고 권고했다. 관세 회피를 방지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해짐에 따라, 미국에 들어오는 제품에 포함된 부품, 구성 요소 및 재료의 실제 원산지를 식별할 수 있는 평가 도구를 개발한다고도 했다.

중국의 우회 수출에 대한 대응 방안도 담겼다. USCC는 중국이 관세 회피를 위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상품을 생산해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에서 멕시코,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운송되는 제품과 직접 운송 상품과 가격 차이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위원회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가 중국산 상품의 제품 목록에 제조업체의 이름, 실제 주소 및 연락처 정보를 명확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는 해당 품목이 미국 소비자 안전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국가에서 제조됐다는 경고 라벨을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홍콩이 주요 자금세탁 우려(PMLC) 관할권으로 지정될 수 있는지 재무부 조사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USCC는 "홍콩 특별행정구가 러시아, 이란, 북한의 불법 자금과 기술 제재 회피 허브이자 환적 센터로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이유를 들었다. PMLC로 지정된 관할권은 미국 금융기관들과 매우 제한된 환경에서만 거래가 허용된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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