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협상을 이끌 특사 파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휴전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공식 취임할 내년 1월 이전 휴전을 이끌어내겠다고 공약한만큼 신속한 휴전협상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이견 차가 매우 큰 상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점령 중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의 완전한 철군을,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 안보보장을 각각 요구 중이라 협상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 휴전 협상의 또다른 쟁점이 될 휴전선 확정과 비무장지대 설립 등에도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1월 이전 휴전 성사는 불가능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폭스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이끌 평화 특사를 곧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뢰성이 높은 고위급 인사로 예상되며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돌파구를 찾고 평화적 합의에 도달할 임무를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인 2017년에도 우크라이나 특사를 파견한 바 있다. 당시 파견된 쿠르트 볼커 특사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군사적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전면전을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결국 평화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2019년 사임했고, 이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바이든 행정부 때는 특사 파견이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안팎에서는 특사 파견이 이뤄진다해도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것처럼 그가 취임하는 1월20일 전에 우크라이나 휴전을 이끌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이견 차이가 매우 큰 만큼,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러시아 미디어 재벌인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는 뉴욕타임스(NYT)에 "러시아 내 가장 온건한 정치세력들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철군, 러시아 점령지 확보 등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는 당연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양국이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측은 영토를 만약 양보한다면 나토 가입 등 확실한 안보보장이 수반돼야한다는 입장이다. 로만 코스텐코 우크라이나 의회 국방 및 정보원장은 "영토 문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를 보장 받는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대화는 확실한 보장에 기반해야 한다. 우리에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이끄는 인수위원회에서 고려 중인 휴전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요구사항을 모두 담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정책 고문들의 말을 인용해 "인수위에 정책고문들이 제안한 휴전안의 골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점유한 현재 상황에서 전선을 동결하고, 대신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은 20년 이상 제한하는 방식"이라며 "향후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제안을 받아들이고 변경할지도 미지수"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영토가 결국 한반도처럼 분단되는 형태로 휴전안이 구성된다해도 휴전선 획정과 비무장지대 설정 등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현재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해안 도시들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공업지대인만큼, 한반도처럼 거대한 비무장지대를 설정해 아예 출입이 통제되면 우크라이나 경제가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NYT는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휴전선이 전쟁 후 국가경제 회복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보장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러시아와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의 폭도 그래서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잘못하면 우크라이나의 주요 산업지역이 투자할 수 없는 불안정한 분쟁지역으로 오랫동안 방치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