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당시 불복하기 위해 개표 과정에서 ‘레드 신기루(red mirage)’를 어떻게 활용했나."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2020년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선거 사기 이슈를 언급하면서 붙인 제목이다. 주요 주(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표 초반에 승기를 잡았다가 이후 바이든 대통령으로 반전하는 현상을 빗대 ‘레드 신기루’와 ‘블루 시프트(blue shift)’가 발생했다고 전한 것이다. 레드 신기루와 블루 시프트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민주당을 의미하는 푸른색을 따 선거 당일 밤 투표 마감 직후에는 공화당이 앞선 듯 보이지만 개표 후반부에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며 결과가 반전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용어다.
용어가 처음 등장한 건 2013년이다. 용어를 만든 에드워드 폴리 오하이오주립대 교수가 선거 당일보다 유세 기간 중 사전 투표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가 더 많은 표를 확보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개표 과정에서 반전이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이 지지 정당에 따른 우편투표 참여 차이라고 학계와 언론은 보고 있다. 민주당원이 공화당원보다 우편투표를 하는 경향이 도드라졌는데, 우편투표가 현장 투표용지보다 개표 처리 과정에서 시간이 더 오래 소요돼 결과 반영이 늦어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이러한 양상은 더욱 심화했다. 2020년 11월 3일 대선 당일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경합 주에서는 개표 초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가는 듯 보였으나 이튿날부터 서서히 결과가 뒤바뀌었다. 미시간과 위스콘신은 개표 이틀째인 같은 해 11월 4일,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는 나흘째인 그해 11월 6일 반전이 이뤄졌다. 네 경합 주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 격차는 0.2%~1.2%포인트에 불과했다. 특히 미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됐던 펜실베이니아에서 11월 7일에야 당선자가 확정됐고,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당선 확정으로 이어졌다.
우편투표 외에도 선거와 개표가 먼저 진행된 주에서 공화당 지지세가 강하고,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대도시 등의 투표 결과가 개표에 늦게 반영되는 등 지리적 상황이나 투표 절차, 개표 순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레드 신기루와 블루 시프트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양상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초박빙 대결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합 주 7곳(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의 상황이 대선 결과로 직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7개 주는 선거 전까지 사전 투표 처리 절차를 개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블루 시프트’ 현상이 비교적 덜 나타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2020년에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우편투표를 비롯한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투표 장려와 함께 사전투표에 참여한 상태라 사전투표 결과가 어느 후보에 유리할지 불확실하다. 폴리 교수는 "올해 펜실베이니아에서 더 작은 규모의 블루 시프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