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김귀열기자
경북과 강원도 지역의 10개 시군이 남북9축 고속도로의 조기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참여 9개 지자체는 경북 영천, 청송, 영양, 봉화와 강원 영월, 정선, 평창, 홍천, 인제, 양구 등이다.
이들 시군이 참여한 남북9축 고속도로 추진협의회(회장 박현국)는 조선시대 만인소(萬人疏)를 모티브로 지난 7월부터 각 시군 주민 1000명 이상씩 총 1만38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달 22일 정부에 청원서와 함께 제출했다.
청원문에는 현재 정부에서 수립 중인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6~2030) 중점사업 반영과 예타 면제사업 선정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만인소란 조선시대 유생들이 1만명 내외 공동명의로 왕에게 올린 상소를 말한다. 여론을 하나의 문서로 만들어 정책에 반영시키려 했던 일종의 탄원서이다.
남북9축 고속도로는 강원도 양구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406㎞ 구간으로 이 구간은 국토종합계획과 고속도로 건설계획 등 국가계획에는 반영돼 있으나 1969년 영천~부산 간 96.5㎞ 구간이 개통된 이후 나머지 309.5㎞ 구간은 반세기가 지나도록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역은 거미줄같이 촘촘한 고속도로망을 구축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보했지만 남북 9축에 위치한 10개 시군은 열악한 접근성으로 인해 관광, 기업유치, 물류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가간선도로망은 남북10축, 동서10축의 격자형 구축을 기본방향 설정하고 점차 현실화하고 있으나 유독 강원과 경북 내륙 지역만은 매번 투자 순위에서 밀리면서 고속도로가 텅 비어있는 상황이다. 과거 모든 정권이 균형발전의 중요성은 강조하면서 예산을 배정하는 데는 한결같이 인색했던 결과로 풀이된다.
각종 사회지표도 마찬가지 꼴이다. 지난 3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지역산업과 고용’에 따르면 이들 10개 시군 모두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그중 6개 시군(청송,영양,봉화,영월,정선,평창)이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10개 시군의 총인구는 40만에도 미치지 않으며 그마저도 40%가량 65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10개 시군의 면적(1만1723.6㎢)보다 297배 작은 강남구(39.5㎢)에 그보다 많은 55만 인구가 살고 있다는 것은 편향된 개발 결과가 낳은 지역 간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협의회는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이 이런 불균형과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민간 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주민들은 서명운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고속도로 건설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내걸고 있는 등 고속도로 조기 건설에 앞장서 동참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역 소멸을 경고가 아닌 실제 현실로 느끼고 있으며 단순한 참여가 아닌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륙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인 영양군에는 주요 길목마다 남북9축 고속도로 조기건설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으며 영양향교에서 주관한 석전대제에서 유림들이 상소문을 올리고 있다. 지역 최대행사인 영양군민체육대회에서 결의대회를 시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협의회는 청원문 제출을 시작으로 주민들과 함께 ‘남북9축 고속도로 조기건설 기원 챌린지’ 운동을 전개하고 지상파 방송과 유튜브 등을 연계해 도로 건설의 타당성을 알려 국민적 관심을 이끌 계획이다.
강원도에서는 국토부 주관으로 영월~양구 구간에 대한 사전타당성 용역이 진행 중이며 경북에서도 도·시군 주관으로 경북 구간에 대한 용역이 진행 중이어서 향후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