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올해 들어 마약밀수 적발 건수와 중량이 지난해에 비해 모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소비 목적으로 추정되는 소량 밀수와 조직적 유통을 위한 대량 밀수가 함께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경단계에서 적발한 마약밀수 시도는 623건이었다. 밀수하려던 마약류의 중량은 574㎏으로, 1900만명(필로폰 1회 투약량 0.03g 적용)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일평균 2건에 2.1㎏가량의 마약밀수가 국경단계에서 적발된 셈이다. 지난해 1~9월과 비교하면 건수로는 24%, 중량으로는 16% 각각 증가했다.
적발건수 증가는 마약류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과 대마제품 등 건당 10g 이하(개인소비 목적 추정)의 소량 마약을 여행자·국제우편으로 반입하려고 한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국제우편을 이용한 10g 이하의 마약밀수 적발건수는 지난해(1~9월) 25건에서 올해(1~9월) 39건으로 늘었다.
적발중량 증가는 마약조직이 유통을 목적으로 시도하는 대량 밀수 시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관세청은 분석했다. 올해 1~9월 관세청이 단속한 10㎏ 이상의 대량 밀수는 15건에 272㎏으로, 전년 동기보다 건수로는 200%, 중량은 330% 많아졌다.
연도별 1~3분기 마약밀수가 적발된 총 중량에서도 증가추세는 뚜렷했다. 2020년 134㎏, 2021년 292㎏, 2022년 383㎏, 지난해 496㎏ 등으로 꾸준히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2021년 적발한 마약밀수의 총 중량은 694㎏이었지만, 관세청은 당해 적발한 필로폰 402㎏(한국을 경유해 빠져나가려다 적발)을 특이치로 판단해 최종 집계에서는 제외했다.
올해 주된 마약밀수 경로는 건수 기준으로 ▲국제우편 319건(전년 대비 51% 증가) ▲특송화물 156건(25%) ▲여행자 141건(23%) ▲기타 경로 7건(1%) 등이 꼽힌다. 중량을 기준으로는 ▲특송화물 272㎏(전년 대비 47% 증가) ▲국제우편 145㎏(25%) ▲여행자 95㎏(17%) ▲기타 경로 62㎏(11%) 등의 순으로 많았다.
적발한 마약의 주요 품목(중량 기준)은 필로폰(154㎏·122건), 코카인(62㎏·6건), 대마(46㎏·172건), 케타민(33㎏·51건) 등이 꼽힌다. 주요 출발국(중량 기준)은 태국이 233㎏(110건)으로 가장 많고, 미국 110㎏(137건)·멕시코 29㎏(2건)·말레이시아 26㎏(13건)·캐나다 25㎏(16건)·네덜란드 22㎏(26건) 등이 뒤를 이었다.
태국과 미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을 향한 주된 마약 출발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태국과 미국이 필로폰 생산지역과 인접한 점, 대마 합법화 지역이라는 점 등이 작용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들 국가에서 밀수 시도된 마약류는 필로폰(태국 56건에 224㎏·미국 10건에 26㎏)과 대마(태국 28건에 7㎏·미국 68건에 23㎏)가 주류를 이뤘다.
한민 관세청 조사국장은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사범은 총 2만7000여명으로, 예년보다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마약 수요가 꾸준한 만큼 마약류를 밀수하려는 시도 역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한 국장은 “관세청은 마약밀수 시도가 국경단계에서부터 차단될 수 있도록 국제우편·특송화물을 감시·관리할 정보분석팀을 24시간 운영하고, 우범국발 여행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