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5성급호텔서 결혼 못했어도 내 아이 만큼은'…돌잔치 예약전쟁[럭셔리월드]

돌잔치 끝낸 엄마 '돌끝맘'의 꿀팁
5성급 호텔 돌잔치룸 예약전쟁
2~3달전 예약, 5분만에 마감되기도

"결혼은 여기서(호텔) 못했어도 사진 때문이라도 돌잔치는 꼭 해야겠다고 처음부터 마음먹었죠. 예약 꿀조언은…."

'돌끝맘'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준맘'들을 위해 올린 내용 중 한 부분이다. 돌끝맘은 돌을 끝낸 엄마의 줄임말로, 돌준맘은 돌을 준비하는 엄마를 지칭한다. 아이가 첫 생일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시간과 비용을 들여 돌잔치를 준비하는 엄마들이다.

돌을 준비하는 과정이 꽤 수고롭다 보니 돌끝맘들의 생생한 후기는 돌준맘들에게 필수 지침서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글과 영상이 쏟아지는 이유다. 요즘 가장 인기가 좋은 후기는 5성급 호텔 식음 업장에서 진행한 돌잔치다.

비스타 워커힐 서울 ‘슈퍼 스파 스위트룸’에 꾸며진 돌잔치 상차림 모습.[사진제공=워커힐호텔 앤 리조트]

3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에서 돌잔치를 하기 위해서는 두 달 전부터 예약 전쟁에 나서야 한다. 팔선은 두 달 전 매월 1일 오전 9시 신라호텔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예약받는다. 팔선에는 별실인 '샤론' '셀비아'룸이 있는데, 인기 시간대인 토요일 오찬, 일요일 오찬 때는 예약 오픈 후 5분 안에 모든 예약이 마감된다. 다른 시간대도 빠르게 예약이 차 신라호텔 팔선 예약에 성공한 사람들을 두고는 '팔선고시(시험)'에 통과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다른 호텔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팔선이 전통 강자라면 워커힐 호텔 식음 업장은 요즘 엄마들 사이에 인기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워커힐호텔은 한식(명월관), 일식(모에기), 중식(금룡) 세 곳의 식음 업장에서 돌잔치를 진행할 수 있다. 두 달 전 1일 오전 10시에 전화로 예약을 받고 있다. 온 가족과 친구들까지 무한번의 전화를 걸어야 한번 연결될 정도로 예약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세 곳의 식음 업장의 돌잔치 예약률은 지난해 대비 143%나 폭증했다.

옛 건물 황궁우를 배경으로 둘 수 있는 웨스틴조선의 돌잔치 '자정향'도 지난해 대비 예약률이 100% 증가했다. 예약은 두 달 전부터 받는다.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인 디자인이 적절하게 융합돼 있어 소규모 럭셔리 돌잔치를 찾는 부모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반얀트리의 '페스타바이민구'는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오너셰프가 운영을 맡은 곳으로 모던한 디자인의 돌잔치 장소를 찾는 부모들에게 인기 장소로 꼽히고 있다. 전화 예약만 가능한데, 실제로 온 가족이 예약을 위해 500통 이상의 전화를 걸어야만 한 번의 통화 기회가 주어질 정도로 예약 관문이 까다로운 곳 중 하나다.

돌잔치 예약 전쟁이 난 것은 럭셔리한 돌잔치를 치르고 싶은 부모가 많아지면서다. 아이 한명만 낳아 잘 기르자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내 아이의 첫 생일은 호텔에서 뜻깊게 보내겠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돌잔치에 회사 동료, 먼 친척들을 초대하지 않고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해 10~15명 정도의 소규모 돌잔치를 진행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줬다. 아울러 SNS에서 인플루언서와 연예인들이 호텔 돌잔치를 진행하는 모습들이 자주 노출된 점도 럭셔리 돌잔치에 대한 관심을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한 5성급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가족 중심의 소규모 돌잔치가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면서 사진 찍기가 좋은 호텔에서 돌잔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주말에 많이 몰리는데 예약은 당일에 모두 마감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가격 저항선이 높지 않다는 점도 수요를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큰 가족 행사 중 하나인 결혼식은 호텔에서 진행한다면 1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돌잔치의 경우 10분의 1 이하의 비용이 든다. 각종 호텔 시설에서 사진을 남기고 고급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0~15명 정도의 인원으로 호텔 돌잔치를 진행할 경우 보증금은 200만~300만원 정도가 든다. 코스요리가 20만원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류와 추가요리를 주문해 보증금액에 맞게 식사하면 된다.

돌상(예상치·100만원)과, 헤어·메이크업(50만원 이상), 한복 대여비(150만원), 스냅사진(100만원), 답례품 등은 별도다. 호텔과 연계된 업체를 이용하거나 개별적으로 준비하면 된다. 이를 모두 고려해 5성급 호텔에서 돌잔치를 했을 때 예상 비용은 약 700만~800만원 정도다.

호텔업계는 호텔 돌잔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데 따라 관련 패키지도 출시하고 있다. 워커힐호텔은 객실에서 프라이빗하게 돌잔치를 할 수 있는 '마이 리틀 스타' 객실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슈퍼 스위트룸에서 투숙과 돌잔치 이벤트, 파인다이닝 뷔페 '더뷔페'의 디너를 즐길 수 있다. 돌잔치 페어도 열어 소비자들에게 돌잔치 패키지에 관해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서울 드래곤시티는 지난 2일 돌잔치 패키지 구성 상품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돌잔치페어'를 처음 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돌잔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페어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유통경제부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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