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인 10명 중 7명은 일상 속에서 선거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 결과에 따라 폭력이 발생하거나 미국 민주주의의 종말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유권자도 다수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경쟁이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선거 결과가 향후 미국 정치와 사회에 미칠 영향을 두고 유권자들이 큰 걱정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심리학협회가 표본 성인 33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성인 응답자 69%는 일상 속에서 대선으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응답률은 2016년 대선 직전보다 17%포인트 높았고 2020년보다 1%포인트 웃돌았다.
이번 응답은 미국인의 스트레스 요인에 관해 묻는 설문조사 결과였다. 해당 질문에 응답률 1위는 '미국의 미래'(77%)였고 뒤이어 미국 경제를 우려하는 응답도 73%로 높은 편이었다. 대선 관련 스트레스는 3위를, 뒤이어 미국 정치가 62%로 4위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 스트레스 수준은 10점 중 5점으로 예년과 비슷했다고 협회는 밝혔다. 미국심리학협회는 "스트레스 원인으로 가장 흔하게 지적된 부분은 선거와 관련 있거나 정치적인 성격이 있는 이슈였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실존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미국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이번 대선 결과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또 응답자 56%는 올해 대선이 미국 민주주의의 종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우려는 이전 대선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월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당시 후보의 극성 지지층이 의회에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불복 연설로 의회 난입을 선동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공화당 측이 선거에 투표감시단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불복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CNN방송이 여론조사업체 SSRS와 전국 등록유권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30%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 시 결과에 승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선거에서 질 경우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응답률이 73%로 두 배를 크게 넘어섰다. 응답자의 10명 중 9명은 '모든 주(州)가 선거 결과를 공식 인증하면 패배한 후보가 승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현실에서는 불복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대선 결과에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 불안을 느끼는 유권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이 가짜 또는 부정확한 정보로 자신의 견해가 결정될 수 있다고 걱정했으며, 성인 5명 중 2명은 국가의 상황 때문에 다른 국가로 이민 가는 것을 고려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대선 스트레스가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며 "스트레스와 불안은 신체에 타격을 주고 이러한 감정은 사람이 일하는 방식이나 소비하고 저축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대선 결과가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으나 주택이나 자동차 등 구입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