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전기차에 최고 45.3% '관세폭탄' 확정…30일 시행

협상 지속하나 난항 예상
中 무역보복 전망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 '관세 폭탄'을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반보조금 조사 결과 중국산 전기차 수입품에 5년간 확정적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30일부터 적용된다.

기존 일반 관세율 10%에 7.8~35.3%포인트의 추가 관세가 부과돼 최종 관세율은 17.8~45.3%가 된다.

관세 폭은 업체별 또는 EU 조사 협조 여부에 따라 차등이 있다.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미국 테슬라는 17.8%의 최저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27%다. 가장 높은 관세를 내야 하는 업체는 상하이자동차(SAIC)와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업체들이다.

100%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 캐나다 등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중국산 전기차가 EU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상당한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EU의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9%에서 지난해 21.7%로 급등했다.

앞서 작년 9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연례 정책연설에서 불공정한 보조금을 받은 중국산 전기차가 값싼 가격에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며 직권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조사 과정에서 중국은 관세 대신 '판매가 하한선'을 정해 수출하겠다고 제안하며 이른바 '가격 약정' 협상을 벌였지만 양측은 여러 차례 실무 협상에도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외신에 따르면 양측은 다음 달 1일 판매가 하한선 관련 추가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지만 입장 차이가 여전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국유 업체인 SAIC의 관세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 EU의 요구 사항을 충족할 만한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 상무부는 EU가 일부 모델 생산기지를 유럽으로 이전하려는 업체들과 개별 협상을 하는 것을 놓고 '분할 정복' 전술을 사용한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과 공식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개별 업체와 따로 가격 약정 협상을 시도하는 것은 상호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반면 EU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따른 협상이라는 입장이다.

EU는 확정 관세 부과가 시작되더라도 상호 합의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협상을 지속할 방침이다.

양측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중국이 EU를 상대로 추가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당국은 EU의 관세가 보호주의적이고 양측 관계와 자동차 공급망에 손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지난 6월 EU산 돼지고기 반덤핑 조사, 8월 유제품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이달 초에는 EU산 브랜디에 대한 임시 반덤핑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관세를 놓고 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과거 일본과 영토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을 일시 중단한 것처럼 주요 광물 수출 통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블룸버그는 EU 관계자들이 다음 달 중국의 보복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미국 대선 결과 이후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본다.

회원국 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EU 내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독일은 중국이 고배기량 차량 관세를 인상하면 큰 타격을 입는다고 EU의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 독일은 앞서 회원국 투표에서도 반대했다.

힐데가르트 뮐러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회장은 "추가 관세는 자유 무역에 대한 후퇴이며, 이는 유럽의 번영, 일자리 보존 및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상계 관세는 광범위한 무역 갈등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우려했다.

반면 앙투안 아르망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성명에서 "EU는 자동차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지원이 필요한 시기에, 우리의 무역 이익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국제부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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