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게 없어, 차라리 술값 올렸다'…무한리필 사장님들 긴 대기줄에도 한숨만

무한리필 식당 검색량 102%↑
고물가에 가격 걱정 없어 인기
식자재값 인상으로 경영난 호소

불경기, 고물가 영향으로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양만큼 주문할 수 있는 무한리필 식당이 붐비고 있지만, 정작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육류, 채소류 등의 식자재 가격이 전방위로 오른 상황에서 '대용량·초저가'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무한리필 식당이 수익률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의 식사비 한도가 기존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된 27일 서울 한 음식점 외부에 메뉴와 가격이 공개돼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검색 데이터 분석사이트 아하트렌드가 올해 1~4월 공정거래위원회 가맹 사업자로 등록된 외식 프랜차이즈 3800개의 검색량을 조사한 결과 '고기 뷔페' '한식 뷔페' '일식·초밥 뷔페' 등 무한리필 식당의 검색량이 지난해 대비 102%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는 입장료를 내면 소고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샤부샤부 프랜차이즈 식당의 검색량이 지난해 대비 89% 증가하기도 했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식당가에 있는 한 무한리필 한식집은 인근 식당들과 비교해 눈에 띄게 붐볐다. '김치전골 또는 부대찌개 주문 시 라면 사리, 공깃밥, 반찬 무한리필'이라고 쓰인 입간판에는 점심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식당을 찾은 최모씨(34)는 "요즘 김치찌개와 공깃밥, 음료수 하나씩만 주문해도 점심값으로 1만원은 넘게 쓴다. 이 정도 가격에 라면 사리까지 먹을 수 있어 좋다"며 "가격 걱정하지 않고 양껏 먹을 수 있는 무한리필 식당을 예전보다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식자재값 부담에 오히려 경영난이 심화했다고 호소한다. 주메뉴뿐 아니라 손님에게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샐러드, 떡볶이 등의 식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수익률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대부분 개인 창업이 아닌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운영되는 무한리필 식당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개인 식당의 경우 식자재 가격이 오르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해 수익률을 방어하는데,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가 소비자 가격을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라 가격 인상도 쉽지 않아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3일 알배기 배추(8㎏) 가격은 3만9580원으로 지난해(2만4783원) 대비 59.7% 급등했다. 상추(35.9%), 양배추(9.3%), 깐마늘(2.3%) 등 채소류와 삼겹살(1.02%), 목심(0.81%) 등 육류 가격도 올랐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술값을 올리거나 남은 음식에 환경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프랜차이즈 고기 무한리필 식당을 운영하는 한모씨(43)는 "무한리필 식당은 어떤 품질의 고기를 쓰는가, '셀프바'에 비치된 음식들을 무엇으로 구성하는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데 육류 가격도 올랐고 셀프바에 비치된 양배추샐러드, 콩나물, 파김치, 떡볶이 등의 사이드 메뉴 식자재값이 다 올라서 남는 게 없다"며 "주변 사장님들 보면 음식으로 이익을 남기는 건 포기했고 차라리 술값을 올리는 방안을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무한리필 식당의 경영 구조가 현 상황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량소비, 저가격 원가'를 축으로 하는 무한리필 식당의 볼륨 비즈니스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가격 구조가 지탱되지 않으면 당연히 경영난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한리필 식당은 저렴한 식자재 채널을 확보해 원가를 절감해왔을 텐데 이 부분에 차질이 생기면 수익률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회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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