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후보가 셔츠벗고 정견발표…한국선 난리날텐데 일본은 왜

日 마이니치신문, 도쿄도지사 막장 후보 거론
정견 방송 도중 셔츠 벗고 유튜브 채널 홍보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규제 사실상 어려워"

지난 6월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가 정견 방송을 하다가 옷을 탈의하는 등 기행을 벌인 가운데, 공직선거법상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본 언론에서 나왔다. 17일 마이니치신문은 “후보자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멈추기가 어렵다”고 보도했다.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우치노 아이리가 정견 방송 도중 셔츠를 벗고 있다. [이미지출처=NHK 방송화면 캡처]

일본에서 정견 방송은 선거운동의 하나로 규정돼 중의원 선거나 참의원 선거, 도도부현 지사 선거 때 TV나 라디오에서 방송된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나 정당은 무료로 자신의 정견을 공영방송에서 전달할 수 있으며, 방송사는 후보자나 정당이 녹음·녹화한 것을 그대로 방송해야 한다. “후보자나 정당은 품위를 손상하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있으나, 대부분 원본 그대로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방송사 측이 정견 방송을 일부 편집해 내보낸 사례도 있다. 지난 1983년 참의원 선거 당시 공영방송 NHK는 한 후보자가 차별적 용어를 사용하자 해당 음성을 삭제한 뒤 방송했다. 이후 해당 후보자가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갔으나, NHK 측 승소로 끝났다. 당시 대법원은 “차별적 용어 사용은 품위를 손상하는 언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지난 6월 27일 자정께 NHK에서는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귀여운 나의 정견방송을 봐주세요’라는 정당의 대표 우치노 아이리의 정견 방송이 방영됐다. 당시 안경을 쓰고 셔츠 차림을 한 그는 “드디어 여러분과 만났다. 제가 그 귀엽고 유명한 우치노 아이리”라고 밝혔다. 이후 약 6분간 진행된 방송에서 공약을 발표하는 대신 "나는 귀여울 뿐만 아니라 섹시하다"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와 생선이다" "내 이름은 우치노 아이리다. 외워달라" 등의 말을 반복했다.

그는 방송 중간에 갑자기 셔츠와 안경을 벗은 뒤 "섹시하지 않냐"라며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후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했으며, 도쿄도지사 선거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마이니치는 “과거에도 정견 방송 중 후보자들의 퍼포먼스가 화제가 된 적은 있으나, 56명이 입후보한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는 레벨이 달랐다. 후보자들의 품위는 어디로 갔나”라며 “무분별한 정견 방송에 대해 여야가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활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할 때 규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슈&트렌드팀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