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이번 주 월가의 시선은 9월 소매판매 지표로 쏠린다. 지난달 고용이 깜짝 증가한 데 이어 소매판매까지 예상보다 강력한 것으로 나올 경우 미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는 '노랜딩(무착륙)' 시나리오가 힘을 얻을 전망이다.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도 이어진다.
13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오는 17일에 지난달 소매판매 지표를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9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3% 늘어나 지난 8월(0.1% 증가)보다 증가폭이 커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월가 일각에서는 소매판매 지표에서 '서프라이즈'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9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8% 급증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을 웃돈 데 이어 소매판매까지 호조를 나타낼 경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될 수 있다. 앞서 공개된 9월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4% 올라 시장 전망치(각각 0.1%·2.3%)를 상회했다.
여기에 통화당국이 주시해 온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견고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소매판매까지 강세를 보인다면 미 경제가 연착륙을 넘어 노랜딩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될 수 있다. 지난 4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신규 고용은 전월 보다 25만4000건 늘어나 6개월 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 시장 전망치(14만7000건)와 지난 8월(15만9000건 증가) 수치 모두 크게 웃돌았다.
BoA 분석가들은 "월별 소매판매 지표는 변동성이 심할 수 있지만 우리의 예측과 같이 보고서는 중요할 것"이라며 "한 달 전만 해도 문제는 경기 침체와 연착륙 중 어디로 향하는지였지만, 소매판매가 상당히 가속화된다면 이제 질문은 노랜딩 여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경제가 강력하다는 진단에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기대가 소멸하자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며 10년물 수익률은 지난주 4% 선을 돌파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Fed가 다음 달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10.5% 반영 중이다. 일주일 전 2.6%에서 상승했다.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같은 기간 97.4%에서 89.5%로 하락했다.
이번 주에는 또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9월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과 산업 생산·제조업 생산,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지표가 발표된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아드리아나 쿠글러 Fed 이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 주요 Fed 위원들의 공개 발언도 예정돼 있다.
주요 기업들은 3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15일에는 BoA,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등 주요 금융회사와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존슨앤드존스가 실적을 내놓는다. 오는 16일에는 ASML, 17일에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와 넷플릭스가 실적을 발표한다. 기업들의 실적 역시 미 경기 상황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하며 증시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