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막판 고(高)금리 혜택을 누리려는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각 금융회사가 내놓는 연 6~10%대 특판 수신상품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우대조건 등에도 고객들이 몰리는 모양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적금상품인 'MG희망나눔 용용적금'은 지난 9월 가입자 3만명을 돌파했다. 용용적금은 새마을금고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내놓은 상품으로, 5만좌를 한도로 하며 최고 연 12%의 금리를 제공한다.
최근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가 이를 기념해 내놓은 더쿠폰적금의 경우 조기 완판됐다. 더쿠폰적금은 최고 연 10.0%의 금리를 제공하는 1년 만기 정기적금 상품으로, 가입금액은 1만~20만원으로 크지 않으나 신규가입, 알림 동의 등 우대조건이 비교적 까다롭지 않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고객이 몰리자 iM뱅크는 더쿠폰적금의 판매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기도 했다.
완판 행렬이 이어지는 이들 상품의 높은 금리는 현재 시중은행의 일반 수신상품 대비 상당한 강점을 지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3.35~3.80%, 정기적금 금리는 최고 연 3.25~4.65% 수준에 머물렀다.
사회공헌 또는 고객 확대 목적으로 고금리 상품을 내놓는 이들과 함께 거대 시중은행들도 최근 잇따라 고금리 수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확대되고 있는 예대금리차를 관리하기 위해 높은 우대금리를 부여하는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은 최고 연 8.0%의 금리를 제공하는 'KB스타적금'을 10만좌 한도로 출시했고, 신한은행은 18~39세 청년을 대상으로 최고 연 8.0%의 금리를 적용하는 '청년처음적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 하나·우리은행 역시 높은 우대금리를 주는 적금상품을 운용 중이다.
예테크족이 이런 고금리 적금상품에 몰리고 있는 것은 현재의 기준금리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리는 '빅 컷'을 단행한 가운데, 시장에선 한은도 이르면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상태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어떤 형태로든 수신금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전월 대비 6조2000억원가량 늘기도 했다.
마땅한 투자처도 현시점에서 찾기 어렵다는 점도 이런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급등하던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으로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증시 또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 규모도 좀체 늘고 있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2조7000억원 수준으로 지난달 초(52조원)는 물론 지난 8월 초(54조6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수신금리 역시도 빠르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활용할 계획이 없는 여유자금이 있거나, 혹은 새롭게 저축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현시점의 고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가입을 서두르는 것도 하나의 금리 인하 대응 방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