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경기자
중국의 ‘천인계획’에 참여했던 미국 노스웨스턴 의대 중국계 교수 제인 우(61)가 지난달 10일 시카고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중국 과학자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며 분노했다. 우 교수가 신경과학 분야에서 올린 많은 성과에도 대학은 그의 실험실을 폐쇄했고, 개인 정보 페이지까지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출처=연합뉴스]
‘천인계획(千人計劃)’은 중국 공산당이 주도한 해외 인재 영입 프로그램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 1000명을 중국에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인재는 크게 ‘혁신 인재’와 ‘창업 인재’ 두 유형으로 선발된다. 선발기준은 55세 이하, 해외 유명 대학 박사 학위, 중국에서 해마다 6개월 초과 근무 등이 있다. 영입된 인재는 1인당 100만위안(약 2억원)의 보조금과 각종 연구활동비, 비자 특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들은 그 대가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중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천인계획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의 중국계 석학들을 중국으로 불러 모았다. 이 가운데 장퉁 박사는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출신으로, AI 관련 특허 60개를 보유한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에 영입됐다가 몇 해 전 사직했다. 판젠웨이 중국과학기술대 교수도 천인계획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양자암호통신 기술로 2017년 네이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영입 인재가 공유한 첨단기술과 지식을 기반 삼아 중국은 반도체, 로봇, 인공지능(AI) 등 주요 산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켰다. 중국은 2030년까지 글로벌 1위 AI 강국이 되기 위한 ‘AI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중국의 인공지능(AI) 산업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중국의 AI 산업 규모는 2020년 1500억 위안(25조7890억원)으로, 연평균 26.8% 성장해 2025년 4500억 위안(77조36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인용된 전 세계 AI 논문 중 20.7%는 중국에서 발표됐다. 중국은 논문 인용 수에서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사진출처=AI 이미지]
전보희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 AI 산업의 비약적 성장은 천인계획, 중국제조2025(2015년), 차세대 AI 발전계획(2017년), 만인계획(2019년) 등 중국이 장기 비전을 갖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정책적 노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극단적 선택을 한 제인 우 교수는 중국의 천인계획에 따라 중국과학원 베이징 산하 생물물리학 연구소에서 연구실을 운영하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우 교수는 천인계획에 참여한 뒤 미국 ‘차이나 이니셔티브’의 표적이 됐다.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중국의 산업 스파이를 막기 위해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한 프로젝트다.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종료를 선언하기 전까지 6년간 대부분 아시아계로 추정되는 과학자 250여 명이 적발됐고, 이 가운데 112명이 직장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