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남잔데 왜 치마를'…여직원 비하한 기상청 고위공무원 '경고'에 그쳐

영상회의 중 "저 사람 남자냐 여자냐" 발언
징계 결정 후 재심의서 수위 낮춘 '경고'로
"공직 기강 해이 및 폐쇄적 조직문화 때문"

기상청 소속의 한 남성 고위 공무원이 여성 직원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으나 끝내 징계를 받지 않은 일이 알려졌다.

SBS는 지난 3일 기상청 고위 공무원인 남성 A씨가 여직원 B씨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4일 비대면 영상회의에서 B씨에 관해 "뒤에 앉아 있는 저 사람(B씨) 남자냐 여자냐"며 "궁금해서 그러니 누가 좀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어 "얼굴은 남자인데 왜 치마를 입고 있냐"며 혀를 차기도 했다.

이에 한 제보자가 기상청 익명 신고센터에 A씨가 해당 발언을 하는 것을 전해 들었다고 신고했다. 감사가 시작되자 A씨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부인하며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자 '저 사람 누구냐'와 같은 말은 한 적이 있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기상청이 지난 5월 작성한 최종 감사 보고서에는 "A씨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누구 아는 사람 있느냐'라는 물음을 던진 사실이 있었던 걸로 확인된다"고 기록됐다. 또한 기상청은 "화면상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그런 질문을 던져 피해자의 외모가 남자처럼 보인다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했던 걸로 보인다"며 "이는 사실상 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얼굴', '치마' 등 다른 발언들은 사실 여부 확인이 어렵다고 봤다.

기상청은 1차 감사 당시 A씨의 징계를 결정했으나, 이후 재심의를 거쳐 '경고'로 처분 수위를 낮춘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면전에서 한 말이 아니고, 반복적으로 던진 말이 아니며, A씨가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5명의 외부 감사 자문위원 중 과반수는 징계를 유지하자고 했지만, 반영이 되지 않았다.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을 맡은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직 기강의 해이와 기상청의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만들어 낸 일"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이 일에 대해 "해당 발언이 의도치 않은 외모 비하로 인식돼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트렌드팀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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