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형기자
증권사 10곳 중 9곳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 '폐지 또는 유예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개인투자자의 중장기 자금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모든 증권사는 공매도가 증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매도 재개 시 수급이 쏠려있는 중소형주는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7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尹정부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증권사 중 90%가 금투세에 대해 '폐지 또는 유예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군데만이 '완화'할 수 있다고 했고,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답한 증권사는 없었다. '금투세 시행 시 국내 증시로부터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보는가'에는 80%가 '그렇다'고 했다. 또 '공매도가 증권시장에 필요한가'에 대해선 100%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금투세 폐지는 그간 윤석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사안이다. 당초 금투세는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됐으나 현재는 2025년으로 시행이 유예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과거와 달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개인의 영향력이 커져 금투세 시행 시 세금 부과를 피하기 위한 개인들의 물량 출회를 우려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은 약 1500만명으로 5년 사이 4배가량 급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투세가 단기간의 수급적인 변동성을 부른다기보다는 긴 시계열에서 개인 자금의 이탈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등 해외주식 투자와 한국 시장의 장기 기대수익률 간 격차를 생각하면 (금투세 시행이) 개인투자자의 중장기 자금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며 "미국 중심의 해외 투자 잔액은 이미 역사적으로 급증한 상태다. 금투세는 이러한 추세를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기업들이 강제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자율성에 기반한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데, 이는 건전한 투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 본다"면서 "기업들의 노력과 더불어 금투세 문제가 해결되면 개인들의 장기 투자 등 투자 문화가 개선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10월1일부터 2009년 5월31일까지, 유럽 재정위기가 있었던 2011년 8월10일부터 그해 11월9일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던 2020년 3월13일부터 2021년 4월30일까지 세 차례 금지된 바 있다. 현재 시행 중인 공매도 금지 조치는 지난해 11월부터 당초 올해 6월 말까지 예정이었으나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 구축이 완료되는 2025년 3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을 완비하면 불법 공매도 방지가 대부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다른 보완책을 추가하기보다는 해당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면 분명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스템 완비 후에도 불법 공매도 세력이 발생한다면 보다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설문에 응한 증권사들은 향후 공매도가 재개되면 나타날 수 있는 시장 충격에 대해 피할 수는 없어도 극복할 수 있는 정도라는 의견을 내놨다. A증권사는 "특정 종목은 공매도 시행 시 충격이 클 수 있으므로 재개 시점에 대한 조절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B증권사는 "어쨌든 한 번 정도의 충격은 피할 수 없다. 시장이 좋을 때 재개되면 충격은 덜할 것"이라며 "공매도 재개 후 시간이 지나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중장기적으로는 증시 건전성 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수급이 쏠려있는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실시했던 공매도 금지 사례는 시장이 큰 변동성을 겪었던 때 시행됐기 때문에 내년에 있을 연장 해제에 따른 영향 파악이 어렵다"면서 "그래도 공매도 재개는 필요하다. 선진국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금지하는 건 상당히 드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스닥150 등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공매도 재개 시 단기간에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