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주식만큼 채권시장에도 부정적'

금투세 도입되면 개인 채권 매매차익에도 과세
채권 매매차익 250만원 이상부터 22% 금투세 부과
개인 채권매매 위축될 우려

지난 6월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종부세폐지시민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금투세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국내 채권시장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세가 자본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실제 시행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금투세 도입되면 개인 채권 매매차익에도 과세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금투세가 도입되면 개인들은 채권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금투세는 개인이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얻은 연간 이익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 부과되는 세금이다. 개인의 채권 매매차익이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면 액수에 따라 낮게는 22%에서 많게는 27.5%(주민세포함)까지 금투세 부담이 발생한다.

그동안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들은 이자이익보다는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표면이자가 낮은 저쿠폰 국고채권에 주로 투자해 왔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상위 10개 채권 모두 국고채에 해당하며 이 중 8개가 저쿠폰 채권이다. 채권은 이자소득에만 과세가 이뤄지고 매매차익은 비과세기 때문에 개인들은 주로 이자율이 낮은 대신 기대수익이 높은 저쿠폰채에 투자해 초과수익을 노려온 것으로 해석된다.

채권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도 늘었다. 원화채권에서 개인의 비중은 2022년 9월 약 1%에서 지난달 2.5%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채권 매매차익에 대해서도 과세가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의 채권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식의 경우 매매차익 5000만원 이상부터 과세가 이뤄지는 데 비해 채권은 250만원 이상부터 과세가 시작되기 때문에 금투세가 주식시장만큼 채권시장에도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저쿠폰채는 현재 채권 가격이 액면가 이하로 하락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금리 인하 기조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매도시 매매차익을 예상할 수 있는 채권"이라며 "그러나 금투세로 인해 개인의 과세 부담이 높아질 경우 저쿠폰채 매도 물량이 다수 출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투세 도입이 채권시장에 대한 매력을 낮출 우려도 제기된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도입 전인 올해 12월 말까지 국채 위주로 개인의 매도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급상 일시적인 매도물량이 시장에서 흡수되면서 기관투자가의 투자수요를 잠식하는 구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금투세 도입에 따른 매도 영향보다는 향후 신규 채권매수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 잠재적으로 더 큰 영향일 것"이라며 "특히 채권시장 수급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일정 부분 수요기반을 형성해 주던 개인의 투자 위축으로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을 낮춰주던 효과가 약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금투세 도입 놓고 정치권 갈등

자본시장에 금투세의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면서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자본시장 위축이 우려된다며 금투세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며 맞선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선진 금융시장에는 전부 금투세가 도입돼 있다"며 "금투세 도입으로 시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일종의 기우"라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금투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실제 법 시행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주식시장이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금투세의 일시적 완화 또는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소영 의원도 "오래전부터 제안된 자본시장 개혁 방안이 우선 처리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을 개선하지 않는 한 금투세 도입은 미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금융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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