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다연기자
9일 오전 찾은 서울 동작구의 한 주민센터. 앞에 놓인 페트병 수거기 앞에는 재활용을 위해 방문한 주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청소 및 재활용 사업을 담당하는 주민센터 관계자는 "페트병이나 건전지 같은 경우에는 주민들의 재활용 참여가 많지만, 종이팩은 비교적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종이팩 1㎏에 두루마리 휴지 1롤을 주던 걸 예산이 줄어 2년 전부터 2㎏에 1롤로 조정됐다"며 "재활용에 대한 인식은 좋아져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보상도 제대로 안 되는데 뭐 하려 하냐'는 반응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관련 예산을 줄이면서 인식이나 노력 자체가 떨어지다 보니 재활용률도 낮아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종이팩의 재활용률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종이팩 재활용이 100% 이뤄질 경우 1년에 20년생 나무 130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1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캔·페트병처럼 종이팩도 일상에서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등 체계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종이팩의 재활용률은 12.7%로,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이 뚝 떨어졌다. 플라스틱이나 유리병의 재활용률이 40~50%대인 것과 비교해보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종이팩은 일반 종이류와 별도 배출해야 재활용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다. 2022년 출고된 종이팩 7만5000t 중 60%가량은 폐지와 섞였고, 27%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에서 종이팩 재활용이 가능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주민센터, 스마트 수거기 또는 생활협동조합·제로웨이스트샵에 방문해 모은 종이팩을 가져다주면 된다. 하지만 캔, 유리나 페트병처럼 바로 집 앞에 버리지 못하고 모아서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또 지자체마다 종이팩을 수거하는 기준이나 보상 정도가 다르고, 종이팩 배출함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도 많아 수거 활성화도 쉽지 않다.
이날 주민센터를 찾은 김경자씨(65)는 "페트병 재활용 때문에 자주 방문하는데 종이팩은 오는 사람만 계속 오는 것 같다"며 "나이 든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무겁고 힘들어서 어디 많이 할 수 있겠냐"고 했다. 카페에서 근무하는 박모씨(28)는 "우유팩을 지금까지 종이류로 배출해왔는데 재활용이 안 된다는 건 몰랐다"며 "재활용에 참여하고는 싶지만 실제로 모아서 가져다주고 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종이팩의 배출부터 선별장으로 넘겨지는 전반적인 과정을 명확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종이팩을 폐지가 아닌 캔·페트병처럼 하나의 음료 용기로써 분리배출을 하고, 그 이후 종이팩 선별장으로 넘겨지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환경부에서 배출 지침을 명확히 공지하고 지자체는 공동주택 대상으로 지도점검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