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26년부터 독일에 장거리미사일…러시아 '군사적 대응'

미국이 2026년부터 독일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에 대한 미국의 방위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취지에서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군사적 대응 계획에 나섰다.

미국, 독일 양국은 10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 도중 낸 공동 성명에서 "미국은 2016년부터 다영역 태스크포스(TF)의 장거리 화력 능력을 단계적으로 배치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SM-6(함대공미사일), 토마호크(순항미사일), 개발 중인 극초음속 무기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첨단 능력(배치)은 나토에 대한 미국의 공약, 유럽의 통합 억제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SM-6는 사거리가 최장 460㎞, 토마호크는 모델에 따라 1500㎞를 넘는다. 사거리가 500㎞가 넘는 지상 발사 미사일은 1987년 미국과 옛 소련이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의해 2019년까지 금지돼 있었다.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9년 러시아가 INF 조약을 어겼다며 INF 탈퇴를 했고 러시아는 부인하며 INF에서 금지한 미사일 개발을 자체적으로 유예했었다.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의 독일 배치는 냉전 말기 체결된 미국과 러시아 간의 군축 합의가 사실상 효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미국 장거리 미사일이 자국에 배치된 데 대해 "적절한 시기에 중요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여기에 독일은 이날 워싱턴D.C.에서 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와 장거리 미사일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내용의 의향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독일이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한 것은 독일이 신형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라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전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거리가 약 1600㎞인데 독일 타우러스 등 유럽 각국이 현재 자체 보유한 장거리 미사일 사거리는 500㎞ 안팎이다.

러시아는 미국·독일의 이 같은 발표를 두고 자국의 안보를 해치려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맞대응 격으로 군사적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냉전을 향해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다"며 "대립, 정면 대치와 같은 냉전의 모든 요소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중·단거리 미사일을 유럽, 아시아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러시아도 핵 탑재가 가능한 중·단거리 지상 기반 미사일을 다시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미국과 독일이 지난 5월 말 자국의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방어적 목적에 한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러시아는 제3국에 서방 국가를 겨냥할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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