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기자
지난 5월 30일 임기 직후부터 22대 국회는 원 구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관례를 깨고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상임위원회 위원장 11곳을 단독으로 선임했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상임위 보이콧'을 벌이면서 사실상 두 개의 국회가 2주 동안 운영됐다.
민주당은 개원 초부터 22대 국회 의석수인 192석을 앞세워 '상임위원장 우선권'을 주장했다. 법사위원장에 4선 정청래 민주당 의원, 운영위원장에 박찬대 원내대표, 과방위원장에 최민희 의원 등을 단독 선출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만이라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국회는 관례상 1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다음 의석수가 많은 2당이 상임위의 상원이라고 불리는 법사위원장을 맡는 식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을 임명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11일 과방위 전체 회의가 열렸다. 이어 12일 법사위, 13일 국토교통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등이 차례로 열리면서 민주당의 상임위 독주가 시작됐다. 상임위 여당 자리는 국회의장이 임의로 임명했다. 민생 법안보다는 정쟁이 되는 법안만 심사대에 올랐다.
국무위원의 상임위 불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반쪽짜리 상임위라는 이유로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사위 첫 전체 회의에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불참하자 정청래 위원장이 "이것은 대통령 눈치 보기인지, 아니면 법무부는 대한민국 정부의 부처가 아닌지, 아니면 국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국회 무시인지, 나중에 다 자업자득으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에 대한 경고이자 여당을 향한 메시지였다. 정 위원장은 이날 '채상병특검법'을 소위원회로 넘겼고, 특검법은 여당의 반대 토론 등도 이뤄지지 않은 채 지난달 21일 입법 청문회를 거쳐 법사위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맞불 작전으로 자체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대응했다. 지난달 11일 에너지특별위원회를 시작으로 재정세제·노동·외교안보·재난·교육특위 등 15개 특위를 가동해 입법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당내 특위는 입법권이 없어 사실상 당정 협의에 지나지 않았다. 특위 안팎에서도 법안 제·개정을 위해 상임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상임위 없이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송언석 재정세제특위위원장은 지난달 18일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 자체 문제도 있지만, 상대방(야당)이 있지 않나"면서 "21대 국회에서 당시에 더불어민주당 쪽과 논의를 진행했던 부분들까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원 에너지특위위원장은 같은 날 용인 현장에서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관련 법안 처리와 관련한 질문에 "상임위원회가 운영돼야 하므로 원 구성 협상이 어떻게 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9일 운영위와 법사위를 1년씩 번갈아 가면서 하자는 최후의 중재안을 내놨지만,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도 1년씩 돌아가면서 할 것인가"라며 즉각 거부했다. 남은 7개 상임위도 민주당이 독식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지만, 국민의힘은 돌연 상임위 복귀를 선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오전 의원총회 직후 7개 상임위원장 선출과 동시에 상임위 복귀를 알렸다. 해당 결단은 직전에 열렸던 입법 청문회가 결정적이었다. 민주당은 상임위를 보이콧하는 여당을 압박하기 위해 단독으로 지난달 21일 '채상병특검법'과 '방송3+1법' 등 관련 입법 청문회를 줄줄이 열었다. 청문회 자리에는 부처 장관과 정부 관계자들이 모두 자리했고, 텅 빈 여당 의석 사이에 자리한 장관들은 야당의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다.
야당으로 개원했던 21대와는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입법 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면서 "청문회 이후 대통령실에서도 기류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에 원 구성을 결단하고,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개원 후 28일만인 지난달 27일 여당 몫 국회부의장과 7개 상임위원장이 국민의힘에서 선출되면서 22대 국회 원 구성이 비로소 완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