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경기 성남시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세부 배점기준을 발표하면서 분당 아파트 단지들이 들썩이고 있다. 앞선 국토교통부의 기준과 비교하면 대단지에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주민동의율 기준에 사실상 상가동의율이 빠지면서 '특정 단지 몰아주기'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남시는 전날 분당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공모지침을 공고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선정기준에 지역 여건을 반영해 세부 배점기준을 확정했다.
성남시는 선도지구 신청 자격을 명확하게 정했다. 구역 내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50% 이상 동의, 단지별 토지 등 소유자의 50% 이상 동의, 구역 내 상가소유자의 20% 이상 동의를 받아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가장 높은 배점(60점)을 부여한 주민동의율에는 상가동의율을 포함하지 않았다. 사실상 상가동의율은 20%만 확보하면 된다는 얘기다.
상가 비중이 커 동의율 확보가 쉽지 않았던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보게 됐다. 분당에서는 수내동 양지마을(금호·청구·한양)이 대표적이다. 5개 단지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양지마을은 총 4392가구로 분당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이곳은 상가만 약 450개로 상가도 분당에서 가장 많아 동의율을 높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성남시 발표로 상가동의율을 확보해야 할 부담이 줄면서 단숨에 선도지구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양지마을은 사전 조사에서 상가동의율 40%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목별 배점 기준을 살펴보면 기존 국토부 발표 때보다 대단지 아파트가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례로 '정비사업 추진의 파급효과' 항목에서 통합정비 참여 주택단지 수는 기존 10점에서 4점 만점으로 줄었다. 대신 통합정비 참여 가구 수는 10점에서 15점으로 확대됐다. '얼마나 많은 아파트 단지가 합치느냐' 보다 '단지 가구 수'가 중요해진 것이다. 정주 환경 개선의 시급성 항목에서도 국토부 기준에는 가구당 주차대수만 포함됐지만, 성남시 지침에는 평균 건령, 복도식 여부, PC공법 등이 추가됐다.
단지 가구 수가 적거나 상가 동의율 포함을 기대했던 단지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통합재건축추진위원장은 "성남시의 세부지침은 양지마을과 시범단지 등 대단지 아파트들의 요구가 사실상 반영된 것"이라며 "특히 상가동의율이 빠진 것을 두고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추진위원장들도 왜 이렇게 된 것이냐며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통추위원장 역시 "상가동의율의 경우 다른 단지들은 상가 소유주들이 위원회를 만들어 우리와 협상하는 구조"라며 "20%라는 기준을 정하고 주민동의율에서 뺀 것은 사실상 양지마을의 아킬레스건을 시에서 제거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포석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통추위원장은 "성남시 기준대로라면 랜드마크급 선도지구가 국회의원 지역구별로 하나씩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상가동의율이 빠진 것은 선도지구에 지정되더라도 재건축 진행에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