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에서 주목할 점은 그동안 부자감세 우려로 세액공제율 상향에 소극적이던 당이 기존 입장을 선회했다는 점이다. 당은 반도체 투자 및 R&D(연구개발) 세액공제 비율을 기존 대비 각각 10%씩 상향키로 했다. 반도체 산업 육성이 미래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데 정부·여당은 물론 제1야당 역시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김태년 의원이 이날 대표 발의한 민주당의 반도체특별법은 앞서 국민의힘이 지난달 발의한 이른바 'K칩스법'보다 지원 범위를 더 확대하고 법적 구속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K칩스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 조치법'으로 정부가 미래 핵심 산업으로 반도체 투자 및 연구개발(R&D) 지원을 골자로 한다. 다만 K칩스법이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이차전지, 첨단모빌리티 등 분야와 동등하게 국가전략기술 산업에 묶어 지원하는 법이라면, 민주당은 반도체 산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보다 구체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을 살펴보면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에 관한 정부 책임 의무화(안 제12조) △소부장을 포함한 반도체산업 지원 대상 확대(안 제2조) △RE100 실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공급 및 설치 비용 지원(안 제12조) 등 방안이 담겼다. 이들 내용은 그동안 클러스터 조성 등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꾸준히 걸림돌로 작용해온 문제를 정부가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예컨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있어 고질적 문제는 인접 지방자치단체 간 전력, 용수, 도로 정비를 둘러싼 이권 갈등에 있다. 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경기도가 추진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문제는 용수와 전기"라고 언급할 만큼 지역 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다. 만일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되면 이같은 문제를 정부 주도 아래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RE100'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공급 방안도 여당과 구별되는 점이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전인 반도체 전쟁에서 송전 선로는 보급로"라며 "국가 전력망 특별법을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 지원을 의무화하고 기업이 신재생에너지 비용 부담을 갖지 않도록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또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도 폐기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다만 재원 마련 문제 및 정부·여당과의 법안 합의가 관건이다. 김 의원은 "세제 지원에 들어가는 조세특례법은 기재위에서 다루고, 반도체특별법은 재정법으로 산자위에서 다뤄야 한다"며 "정부와 여야가 모두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논의의 속도를 빠르게 진행해 올해 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