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화기자
"인공지능(AI) 시장을 보면 전방 사업자가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높이려는 흐름이 있다. 여기서 고객 맞춤형(Customized) 제품 수요가 증가한다는 인사이트가 나온다. 앞으로는 경쟁 환경을 고려한 합종연횡과 고객 밀착 서비스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고 미래 전략을 고민할 것이다."
류병훈 SK하이닉스 미래전략 담당(부사장)은 4일 자사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장기 관점에서 회사의 성장 방향을 고민, 지원하는 미래전략 조직을 이끌고 있는 류 부사장은 다양한 부서와 협업해 시장 정보를 폭넓게 수집하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류병훈 SK하이닉스 미래전략 담당(부사장) / [사진출처=SK하이닉스 뉴스룸]
올해 류 부사장은 생산, 판매를 최적화하고 제조와 연구·개발(R&D) 원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재편했다. 기존 조직을 경영전략과 경영기획으로 이원화해 전문성을 높이고, 전사 ESG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미래전략 산하에 새로운 조직을 편입했다. 이를 통해 단기 및 중장기 전략과 투자 효율, 지정학 이슈까지 들여다보는 조직으로 거듭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류 부사장은 조직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선 '원팀 스피릿'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R&D 조직에서 접한 업계 정보, 선행기술연구 조직에서 파악한 실리콘밸리 하드웨어 변화 등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펼쳐 놓고 함께 논의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전사 차원에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AI 효과로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낸드 기반의 대용량 저장 장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현업 부서에서 확인, 전략 부서에 이를 공유해 사업 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류 부사장은 "전사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이것만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전략 조직은 이 과정에서 직접 개발한 분석 툴(Tool)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 툴은 전후방 산업 데이터로 회귀 분석, 메모리 시황을 내다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해당 분석에 따르면 AI용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은 올해도 청신호다.
다만 다수의 AI 기업이 모험 자본에 손을 빌리는 등 고려해야 할 시장 변수는 많은 상황이다. 류 부사장은 "단기적으로 성장이 확실하지만 전방 산업이 탄탄히 자리 잡기 전까진 변동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AI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사장은 앞으로 글로벌 운영 체계를 확립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류 부사장은 "지정학적 상황, 공급망 변화, 기업 간 합종연횡 영향으로 미래 반도체 시장은 급격히 변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할 진일보한 운영 체계를 갖추겠다고 예고했다. 큰 그림부터 보고 세부적으로 채워 나가는 탑다운(Top Down) 관점에서 통찰력과 예지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