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최남단도시 라파의 난민촌에서 최소 45명의 민간인이 사망자가 발생하자 이스라엘의 '레드라인(금지선)' 침범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사고를 '비극적인 사고'라고 지칭했지만 라파 작전은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은 유엔(UN) 산하 사법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라파 공격 중단 명령,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이스라엘 지도부 체포영장 청구 등 국제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공습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을 넘은 것인지를 평가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평가하기 위해 현장에 있는 이스라엘군(IDF)과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IDF가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레드 라인을 넘을 시 미국의 가자지구 전쟁 정책 기조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 레드라인으로 규정했고 이달 초에는 이를 어길 경우 공격 무기와 포탄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십만 명의 피난민이 있는 라파 공격 시 팔레스타인 주민 피해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전날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라파 서부 탈 알술탄 피란민촌을 공습했다. 하마스군이 가자지구에서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중부를 겨냥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보복 조치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 공습으로 지금까지 여성과 노약자 23명을 포함해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 사건을 "비극적 실수"로 규정하고 조사할 예정인 가운데 라파에 대한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외부의 압박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패배의 깃발을 든다"며 "나는 그렇지 않다. 승리의 깃발을 게양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라파 난민촌 공습에 국제사회 비판 여론은 커지는 모양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는 이스라엘군이 유엔 ICJ의 명령에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난민촌을 공습한 데 대해 "공포를 느낀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세가)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ICC에 이 사건을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로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한 미국 관리는 악시오스에 "현재 상황이 미국의 조치가 있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백악관은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과정"이라면서 "이번 사건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증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