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기자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가 기업들에 세금폭탄으로 인식되는 건 산식에 들어갈 대상 인지 여부가 여전히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이 우리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천문학적인 보조금도 글로벌 최저한세 계산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에서도 전문가들은 견해차를 보인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정확한 세금 납부를 위한 ‘정보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기업들이 현재 이용하는 수단은 지난 2022년 기획재정부가 윤곽을 잡고 같은 해 12월 말 국회를 통과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제70조에 나오는 수식이다.
각 기업들은 일단 실효세율부터 도출해야 한다. 세무법인들의 설명자료를 종합해보면 실효세율은 해당 다국적기업그룹의 자회사가 소재해 있는 국가에서 발생한 조세 합계를 순글로벌최저한세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 때 자회사 중에선 펀드 등 투자기업의 조정대상조세와 글로벌최저한세소득·결손은 계산에서 제외된다.
실효세율이 15%를 넘거나 충족하면 추가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미달하면 15%를 채우기 위한 나머지 세금을 모기업의 소재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자사가 납부해야 할 대상으로 확인되면 그때부턴 추가세액을 계산해봐야 한다. 법 조항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정한 기준안대로 추가세액을 ‘(A×B)+C-D’로 계산토록 안내하고 있다. A는 ‘해당 기업의 자회사가 소재한 국가의 추가세액비율, B는 자회사 소재국의 초과이익 금액, C는 자회사 소재국의 당기추가세액가산액, D는 자회사 소재국의 적격소재국추가세액이다.
하지만 수식 자체가 복잡하고 각 항목에 해당하는 소득금액에 어떤 것들이 해당하는지가 세밀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여전히 해석과 정보가 달라 기업들 사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지원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지원한 반도체, 전기자동차 관련 보조금이 실효세율 계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은 수십조원의 대미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투자계획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결국 해당 국가에서 기업들이 소득에서 이익을 얻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 ‘글로벌최저한세 소득’으로 분류해 전체 실효세율을 15% 아래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정현 법무법인 율촌 공인회계사는 "현재로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보조금 등) 실효세율 계산에 들어갈 모든 요인을 검토해봐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정보가 부족하고 뚜렷한 금액도 계산되지 않으면서 기업들은 정보를 얻기 위한 외부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부분 기업의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전략기획 관련 부서에 글로벌 최저한세 검토를 일임한 후 이 부서들이 세무법인, 법무법인(로펌)을 찾아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설명회, 세미나도 찾아서 참석하고 있다고도 한다.
KDB산업은행은 내부에서 검토하는 데 한계를 느껴, 최근 공고를 내고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따른 영향과 세금 규모를 파악해 줄 회계법인을 공개 구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펌들은 기업들의 이런 사정을 고려해 대규모 인력을 배치한 전담팀을 꾸려서 대응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30명으로 구성된 ‘신 국제조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법무법인 태평양은 20명이 가세한 ‘국제조세대응팀’을 꾸렸다. 화우와 광장, 율촌 등도 10명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두고 있다.
백유석 파인어스택스앤컨설팅 세무사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후 명확한 업무 지침이 없어서 기업들마다 자구책 마련이 급선무가 된 상황"이라고 현재 분위기를 분석하며 "정보 수집 격차에 따른 비대칭으로 기업들이 선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별로 기업 유치를 위해 제공해 왔던 세제 혜택도 앞으론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국제정세와 입법 동향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