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이른바 '의대생 교제 살인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개연성이 상당히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반적인 계획 살인에서는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선택하는데, 사람들이 밀집된 서울 강남에서 오후 5시에 일어난 사건"이라며 "전형적인 계획 살인, 예컨대 완전 범죄를 꿈꾸는 살인 사건하고 동질적이냐 하는 부분에서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피의자의 투신 시도 후 경찰이 현장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숨진 피해자를 발견한 부분도 특이한 지점이라고 짚었다. 지난 6일 경찰은 "옥상에서 남성이 투신하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의대생 최모씨(25)를 끌어냈는데, 이후 약이 든 가방 등을 두고 왔다는 최씨의 말에 현장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숨진 피해자를 발견하고 최씨를 긴급체포한 바 있다. 현재 최씨는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피의자가 구조가 되는 와중에 한마디를 했는데, '가방이 있으니 옥상에서 가방을 가져와야 한다' 했다"며 "이 사람의 정신적인 취약성, 예컨대 성격적인 문제 등을 추정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람이 청소년기에 거의 완벽주의적 성격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데 대학 진학 후 지금 1년 유급을 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아마도 매우 조용하지만 안에선 불만이 굉장히 쌓여 시한폭탄 같은 사람일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며 "(유급 경험이) 성격적인 문제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됐을 거다. 사회 부적응에서 발생하는 욕구 불만을 여자친구를 통제함으로 해서 충족을 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아주 삐뚤어진 욕망"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살사고 같은 건 아주 일상적으로 했던, 또는 시도를 했던 적이 있는 사람일 개연성도 높아 보인다. 중학교 동창인 피해자와 연락하게 된 그런 과정 중에서 계속 자살 위협 같은 걸 했을 수 있다"며 "사실은 죽이겠다는 위협도 위험하지만 자기가 죽겠다고 위협을 하면서 상대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스토킹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피하기 위해서, 상대를 통제하기 위해서 계속 자살극을 벌인 것 같은데 그런 통제 욕구는 일반 남성들에게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며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의심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교제 살인과 같은 관계성 범죄 피해가) 매년 30%씩 증가하는데 젊은이들의 정신 건강이 점점 취약해지는 것이 성숙하지 못한 상황으로 연결 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런 걸 막으려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해야 하는데, 국가적으로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