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서울 지하철역 승강장에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스티커 수백장을 붙여 기소된 장애인 단체 간부들이 1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지충현 판사는 이날 공공시설인 지하철역을 훼손해 안전 문제를 일으키고 승객 통행을 방해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재물손괴)로 기소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와 권달주 전장연 공동대표,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하철역 승강장 벽에 스티커를 붙이고 바닥에 래커 스프레이를 뿌렸지만, 역사 내벽과 바닥을 사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착된 스티커가 다소 접착력이 강한 재질이긴 해도 제거하기 현저히 곤란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삼각지역 승강장은 지하 가장 깊숙한 곳에 있고 당시 비가 오고 있어서 (스티커를) 제거할 겨를도 없이 바닥이 젖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도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티커가 부착되고 래커 스프레이를 분사한 장소로 승객이 이동하지 못했다는 말도 있지만, 제거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에만 그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선고 후 "사회가 변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무죄 선고를) 기대했는데 기쁘다"며 "한 번도 현실적인 법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집회 때 스티커를 붙이거나 래커 스프레이를 뿌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계획을 미리 잡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교통공사, 윤석열 정부가 책임 있는 자로서 장애인 이동권을 하루빨리 보장하는 것이 이 문제의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대표 등은 지난해 2월 13일 서울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 하며 승강장 바닥과 벽에 장애인 예산과 이동권 확보를 요구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래커 스프레이를 뿌려 공공시설을 훼손한 혐의로 고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