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EV)로 전환되고 국제 정세가 재편되면서 공급망 다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를 단순히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바라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종소비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마켓쇼어'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해볼 만하다는 주장이다.
권영대 EY한영 파트너는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 전기자동차학술대회·전시회(EVS37)'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권 파트너는 "자동차 산업은 20세기 초반 미국 포드사(社)의 대량생산 혁명 이후 부품사, 완성차, 딜러, 고객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오랜 기간 유지해왔다"라며 "다른 산업과 비교해 유달리 오랫동안 유지되던 구조가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정적인 이유로 지정학적 긴장과 전기차 전환을 꼽았다. 권 파트너는 "미국과 우리나라 등에서 선거가 발생하면서 정치적, 국제적 정세가 바뀐데다 전기차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장부품 수요가 새롭게 발생했다"라며 "또한 내연기관과 전기차에 모두 필요한 인포테인먼트와 열관리 시스템 등의 가치가 상승하는 등 공급망이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공급망이 변화는 과정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급이 부족한 업체와 시장을 새 고객으로 안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한편 최근 들어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기지 이전도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해외로 나갔던 미국 제조사들이 다시 미국 내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리쇼어링'이 대표적이다.
권 파트너는 새로운 개념인 '마켓쇼어'를 강조했다. 마켓쇼어는 최종 소비국가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개념이다. 인접 국가로 옮기는 '니어쇼어'나 인건비 등 비용이 저렴한 국가로 옮기는 '오프쇼어', 본국으로 옮기는 '온쇼어'와 달리 소비자에 맞게 대응하자는 의미다. 다만 단점도 있다. 최종 소비단계 국가인 만큼 인건비나 전기요금 등 비용이 높거나 쓸만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별 상황에 따라 규제가 더욱 엄격할 수도 있다. 여기에 환경 규제와 건축 규제도 복잡하고 엄격해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그는 "유럽이나 일본은 자국 시장이 크기 때문에 자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거나 수요처로 옮기는 선택지가 있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은 대부분 해외 시장이 더 크다"라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최종 고객이 있는 지역에 생산기지 일부 또는 전부를 옮겨 자국 내 생산시설을 우대하는 각종 규제에 대응하고 물류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