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인턴기자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 2024에 이름을 올린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의료파업 관계자들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공지해 화제가 되고 있다.
22일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했는데 식당에서도 출입 금지를 당했다"면서 한 식당의 공지사항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식당은 사람을 가려 받아도 문제없지만, 병·의원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공지를 올린 식당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 베키오'다. 이 식당은 최근 공지를 통해 "의료파업 관계자 출입 금지"라며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놓고서까지 쟁취하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식당 측은 "수술대를 찾지 못해 병원 응급실에 가서조차도 119에 전화를 해 수소문을 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그 사람이 당신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최소한의 직업윤리에 대한 사명감마저 저버리는 행동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저희 식당에서는 의료파업에 동참하고 계신 관계자분을 모시고 싶지 않다. 정중하게 사양한다"며 "이 또한 제 선택과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한 포털 사이트 지도 앱의 이 식당 후기에는 별점 1점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별점 테러'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해당 식당의 인스타그램에는 의사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미슐랭은 차별하면 자격 박탈이라던데 미슐랭에 정식 항의하겠다", "의사는 진료 거부를 못하는데 손님을 가려 받을 수 있다니 부럽다", "시골에서도 미쉐린 먹고 싶은데 미쉐린 취약지역으로 식당 옮겨주실 생각은 없나", "본인은 정의로운 척하지만 정작 이 가게 저녁 코스요리보다 포경수술, CPR, 대장내시경, 위내시경, 대장 용종 절제술 의료 수가가 낮은 게 현실"이라는 댓글을 달고 있다. 반면 "조만간 식사하러 가야겠다", "사장님의 소신 응원한다"는 등 해당 식당을 응원하는 댓글도 있었다.
한편 정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이탈하면서 의료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4·10 총선 후부턴 ‘전공의 복귀’보다 ‘의대 교수 이탈 막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당분간 전공의가 복귀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남아 있는 교수를 지켜야 의료 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