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하이투자증권은 17일 국내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하면서 생긴 공포가 과도하다는 분석과 함께 과거와 현재 상황이 다르다고 짚었다. 다만 신용리스크 증폭 혹은 추가 유가 급등은 경계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구두 개입으로 16일 달러-원 환율이 1394.5원으로 마감했지만, 장중 17개월 만에 1400원을 터치했다"며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기록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 연준 금리인상과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 이번을 포함해 4차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3개 사례를 보듯 국내 신용위기거나 글로벌 위기 국면이었다는 점에서 1400원이 주는 공포심이 클 수밖에 없다"며 "국내의 경우 ‘IMF 위기=환율 급등’이라는 트라우마가 있어 주가 급락보다도 환율 급등에 대해 금융시장이나 정부 당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전 1400원 환율을 기록했던 당시와 현재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주된 이유는 △신용위험 △경기사이클 추이 △원화만의 나홀로 약세가 아닌 비달러 통화 동반 약세 등에서다.
박 연구원은 "가장 큰 차이점은 신용리스크 혹은 자금경색 리스크 차이"라며 "이전 1400원 환율이 신용위기가 동반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급등했던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2022년 당시에도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에 따른 신용위기와 함께 국내적으로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발 신용리스크가 현실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우려는 있지만 신용위기가 크게 현실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짚은 후 "대표적으로 미국 신용스프레드는 하향 안정 추세다. 이전에 미국 신용스프레드가 급격히 상승하던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는 경기사이클이다. 박 연구원은 "미국 경기는 예상보다도 더욱 견조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외 지역의 경기 역시 저점에서 탈피할 움직임을 보인다"며 "국내 역시 내수불안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세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1400원 환율 당시 경기 사이클 위치와는 다른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세 번째는 원화만의 약세가 아니라는 점으로 달러-엔 환율도 155엔 수준에 근접하고 있고 달러-위안 환율도 상승하는 등 사실상 비달러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며 "최근 달러-원 환율의 급등 현상을 과도한 위험으로 해석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특히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며칠간 순매도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 셀 코리아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음도 외국인 역시 원화의 약세가 한국만의 고유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추세적으로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러-원 환율 수준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 경제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면서 경제 호조와 더불어 달러화 가치도 상승했고, 이는 원화 포함 비달러 통화 가치 수준을 하락시켰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용리스크 증폭 혹은 추가 유가 급등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신용위기가 돌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국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동산 리스크 등 신용 관련 위험이 잠재해 있음을 고려할 때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는 신용리스크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기적 신용위험을 자극할 변수는 중동발 유가 급등이 아닐까 싶다"며 "또 원화 약세를 경계해야 할 부문은 국내 경제의 취약성으로, 일본 엔화나 중국 위안화 약세에는 일정부분 경기 부양 차원의 인위적 통화가치 약세 정책이 작용하고 있지만, 원화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서 다소 소외되는 현상과 대내적으로 각종 구조적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