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두려워 퇴사한 외국인노동자, 불법체류자될 처지

동료 노동자에 강제추행 당한 캄보디아인
사업주에 하소연했지만 조치안돼
회사 떠나니 근무지이탈로 신고

공장 고용주가 동료에게 강제 추행당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회사를 옮겨주겠다고 약속한 뒤, 되레 근무지를 이탈했다며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14일 JTBC '뉴스룸'은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 A씨의 사연을 전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들어왔고,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일하게 됐다. 그러던 중 A씨는 성추행을 당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태국 노동자 B씨가 저녁 식사 중 술을 마시고 떨어져 앉아있던 A씨의 옷을 끌어당긴 것이다. 동료들이 B씨를 말리면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B씨는 그날 밤에도 A씨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외국인 노동자 18명이 일하는 이 공장의 침실은 10개로 모든 방의 도어락 번호는 1234로 설정돼 있다.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도 금지됐기에 A씨는 문에 쇠사슬을 걸어뒀지만, B씨가 이를 부수고 들어온 것이다. 놀란 A씨가 비명을 지르자 B씨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A씨는 다음날 고용주를 찾아가 해당 사건에 대해 털어놨으나 변한 건 없었다. A씨는 며칠 후에도 B씨가 정상 근무하는 것을 보고 결국 해당 공장을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회사로 보내준다던 고용주는 A씨의 사업장 변경 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전화를 차단하더니 A씨가 근무지를 이탈했다며 신고했다.

고용주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장 변경 신고를 왜 안 해 주냐'는 취지의 물음에 "내가 답해줄 의미도 없고 내가 시간 뺏길 것도 없으니 그냥 가라. 법으로 하라고"라고 답했다. 사건이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해당 지역의 외국인 고용 센터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결국 A씨는 졸지에 미등록 체류자 신분이 될 처지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슈&트렌드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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