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돈기자
심성아기자
“신분증 주세요.” “신분증 확인 부탁드립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9일 오전 7시40분께 인천 중구에 위치한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대연평도로 향하는 여객선 ‘코리아킹’호에 오르기 위해서는 승선권을 구매할 때와 승선 직전, 두 차례의 신분 확인을 거쳐야 했다. 승선하기 전 개찰구에는 4~5명의 안전요원이 승객들의 신분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었다.
10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2014년 당시에는 탑승객들의 신분 확인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던 탓에 사고 발생 시 탑승 여부 확인도 쉽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 7월부터 탑승객 신분 확인 절차를 두 차례(매표·승선) 거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또 매표소 발권 시 모든 선사가 성별과 생년월일 등 승객 정보를 기록하도록 했다.
오전 8시가 되면서 대연평도로 배가 출발하자 선내 모니터에는 ‘안전 수칙 및 비상시 행동 요령’이라는 영상이 재생됐다.
‘여객선을 탈출해야 할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보 신호와 안내방송이 실시됩니다. 경보를 듣는 즉시 구명조끼를 꺼내 머리부터 착용하신 후 허리와 가슴에 클립을 연결해 줄을 잡아당기거나 단단히 묶어 몸에 꼭 맞도록 조입니다.’
안전 안내 방송은 객실 내 모든 승객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음량이었고, 승객들이 위급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구현해 승객 입장에서 이해하기 수월했다.
직접 배를 타 보니 선박 탑승 과정에서부터 실제 운항까지 달라진 선박 안전을 느낄 수 있었다. 세월호보다 규모가 작은 선박이어서 차량을 선적하지는 않아 과적 상태 등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승객 안전은 10년 전과 비교해 확실히 나아진 모습이었다. 승객 표정에서도 불안감을 찾기는 어려웠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커졌지만 여전히 바다 위에는 위험이 도사린다. 해양경찰청의 ‘서해지역 선박사고 현황’에 따르면 서해지역에서는 지난 10년간 총 9737건(2023~2024년의 경우 잠정수치)의 선박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와 실종자도 583명에 달한다.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정부는 여객선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선박 운항관리자를 선임해 출항 전, 선장 등과 합동으로 안전 점검을 시행하고 결함이 발견되면 보완 후에 출항하도록 조치했다. 이때 운항관리자는 안전 점검을 통해 통신·항해 장비, 승선권, 구명설비, 화물 과적 여부·고박 상태, 화물 배분 상태, 차량 배치상태 등을 철저히 확인한다. 또한 해사 안전 감독관 제도를 도입해 안전 감독관이 운항 과정 전반과 선박을 수시로 점검하도록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화물 과적과 고박(선체에 화물을 고정하는 것) 부실, 평형수 조작 등 운항 상의 문제도 드러났다. 이에 해수부는 화물 과적을 막기 위해 2014년 10월부터 차량·화물 전산 발권을 의무화하고 적재 한도가 초과하면 발권이 자동 중단되도록 했다.
세월호는 1994년 일본 조선소에서 건조된 낡은 배였다. 노후한 선체와 불법 개조의 문제가 대두되자 국회는 선박안전법을 개정했다. 선박소유자는 여객실 등을 개조할 때 해양수산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선령 제한을 30년에서 25년으로 강화했고 복원성이 악화되는 개조는 도면 검사 등의 허가 과정에서 전면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의 피해를 더 키웠다고 지적된 해경의 부실한 초동조치도 개선됐다. 해경은 250t급 이상 함정 72척에만 있던 위성통신망을 2014년 하반기 123정과 같은 100t급 소형경비정 30척에도 설치했다. 이 통신망으로 해상 사고 현장을 실시간 상황센터로 전송하고 상황센터는 영상으로 보면서 함정에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됐다.
또한 해경은 2015년 11월부터 2020년 1월 초까지 3차례에 걸쳐 저궤도 위성 조난시스템 대신 중궤도 위성 조난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로써 5㎞의 위치 오차를 수m 이내로 줄였으며, 1시간 내외였던 시간 오차를 없애고 실시간 위치 산출이 가능하게 했다.
사고 당시엔 재난 구조 컨트롤타워 없이 해경구조본부, 중대본, 해수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대책본부 등 지휘 기관이 여러 곳으로 분산돼있어 구조자 명단이 뒤바뀌는 등의 혼선이 빚어졌다. 이후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기본법이 개정되면서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장관이 아닌 국무총리가 중대본부장을 맡아 지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