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재기자
이혼한 전 배우자에게 나눠줘야하는 노령연금의 액수를 산정할 때 별거·가출 등의 사유로 실질적 혼인관계가 아니었던 기간은 제외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분할연금지급에 따른 연금액 변경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와 B씨는 1992년 3월 혼인했고, 2013년 11월 협의 이혼했다. A씨는 2022년 8월부터 노령연금을 매달 받기 시작했는데, B씨가 지난해 1월 연금 분할을 공단에 청구했다. 이에 공단은 A씨에게 노령연금액이 매월 분할될 예정이고,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미지급됐던 분할연금액도 환수하겠다고 알렸다. 공단은 두 사람의 혼인기간을 총 176개월로 보고 분할연금액을 월 18만8000여원으로 결정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혼인 후 약 3년 만에 가출했고, 1998년부터는 거주지도 옮겨서 이 시기는 연금 분할을 계산하는 혼인 기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 명의 계좌에서 B씨와 금전거래를 했다는 내역을 찾기 어려운 점, 두 사람이 별거한 이래 어떠한 왕래도 없이 지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별거 시점 이후로는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률상 혼인기간 내내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였음을 전제로 이뤄진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은 국민연금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분할연금액을 산출할 수 없어 처분 전부를 취소한다”고 결론 내렸다. 국민연금법 제64조 1항은 별거, 가출 등의 사유로 인해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은 기간은 혼인기간에서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