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수도 런던을 포함해 영국 중남부를 가로지르는 '영국의 젖줄' 템스강이 배설물로 인한 오염으로 망신을 사고 있다. 195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 간 조정 경기 참가자들에게 '튀는 물도 조심하라'는 경계령이 내려졌을 정도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은 환경단체 리버 액션(River Action)이 조정 대회가 열리는 퍼트니와 모트레이크 사이 구간의 템스강에서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대장균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리버 액션이 최근 템스강물 시료를 채취해 수질 검사한 결과, 물 100㎖당 대장균 검출량이 평균 2863CFU(세균수 단위), 최고 9801CFU였다. 영국 환경청의 해수욕장 수질 기준(1000CFU 미만)의 10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조정 선수 지원 단체인 브리티시 로잉(British Rowing)과 리버 액션은 경기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에게 상처 부위를 완전히 가리고 강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노를 저을 때 튀는 물도 조심해야 하며, 실수로 강물을 삼킬 경우 의료진에게 진단받으라고 당부했다. 우승팀이 강물에 뛰어들며 자축하는 게 전통이지만 이 역시 안전상의 이유로 금지된다.
템스강이 이처럼 배설물 오염이 심각한 이유는 1989년부터 민영화된 수도 회사들이 하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장기간 대량으로 방출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환경청은 2023년 영국 전역의 미처리 하수 방출 기간은 모두 360만 시간으로 이는 2022년에 비해 약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빗물과 하수가 같은 관으로 흐르기 때문에 홍수 땐 역류를 막기 위해 하수를 일부 유출하도록 설계돼 있다. 아주 이례적인 경우만 허용돼야 하는데, 마구잡이로 허용되다 보니 문제가 커졌다고 환경단체는 분석했다. 이런 심각한 오염에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영국 수도 회사들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인 1989년 민영화된 뒤 설비투자나 서비스 개선보다 주주 배당을 위한 수익 증대에만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위 업체인 '템스워터'도 사모펀드와 해외연금기관 등이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부채가 140억 파운드(약 24조 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템스워터는 최근 자구책으로 수도 요금 최대 40% 인상안 등을 내놓아 더욱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