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저가 커피에 ‘아아…’ 시름 깊은 개인카페 사장님

6년 단골 손님도 빼가는 저가형 카페
손흥민·BTS 등 톱스타로 인지도 구축
개인 카페, 인건비 감축해 가격 경쟁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서 6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이호준씨(45)는 최근 들어 고민이 많아졌다. 지난해 말 자신의 카페에서 불과 600m 떨어진 곳에 한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가 들어서면서 단골손님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스 아메리카노 수요가 높은 여름이 다가오자 프렌차이즈 카페가 판매하는 대용량 저가 커피에 맞설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한 처지에 놓였다.

서울 성북구 대학가의 한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원에 판매한다는 광고가 크게 붙어있다.[사진=심성아 기자]

대용량 저가 커피의 공습 …원가 경쟁서 유리

저렴한 커피를 판매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무서운 속도로 가맹점을 늘려가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엔 지하철 한 정거장마다 같은 브랜드 매장이 들어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보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2000원 이하로 판매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메가커피(2156개), 컴포즈커피(1901개), 빽다방(1228개), 더벤티(993개) 순으로 많았다. 27일을 기준으로 컴포즈 커피 가맹점 수는 2512개로, 2년도 되지 않아 611개 지점이 늘어났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본사에서 자체 로스팅 공장 등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데다가 대량 생산된 원두를 일괄적으로 가져올 수 있어 원가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 반면 개인 카페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원두를 로스팅해 가져오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서울 중구 필동의 한 개인 카페 사장 노하영씨(52)는 “밥 먹고 나면 커피 한 잔 마시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맛과 상관없이 저렴한 커피가 경쟁력이 생긴 것 같다”며 “개인 카페는 커피 맛에 민감한 분들을 주 고객으로 상대하다 보니 가격을 좀 더 받더라도 좋은 원두를 고심해서 고르고 정성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호준씨도 “개인 카페는 대부분 단골 장사”라며 “원자재값이 올랐다고 해서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개인카페, 가격 낮추는데 한계…인건비 정도

그나마 개인 카페가 가격 경쟁을 위해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인건비 정도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오주미씨(35)는 매일 약 12시간씩 카페를 지키며 일하고 있다. 오씨는 “100원만 가격을 올려도 손님들로부터 반응이 온다”며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고용하면 시급이나 고용보험, 퇴직금 등을 고려해 메뉴 가격을 500~600원씩 올려야 하니 엄두도 못 내고 직접 모든 걸 다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북구 대학가의 개인 카페 사장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메뉴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 3000원이라고 써있다.[사진=심성아 기자]

대형프랜차이즈, 톱스타 수십억 마케팅

개인 카페가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들과 경쟁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광고 마케팅이다. 메가커피는 축구선수 손흥민, 컴포즈커피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뷔’ 등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공정위가 발표한 2022년 브랜드별 광고비를 살펴보면 메가커피가 37억원, 빽다방이 41억원, 컴포즈커피가 27억원, 더벤티가 19억원 등이었다. 한 개인 카페 사장은 “프랜차이즈는 홍보를 따로 안 해도 일단 차리기만 하면 기존의 인지도가 있어 수요가 충분하다”며 “개인 카페는 동네에서 인지도를 쌓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훨씬 더 소요된다”고 한탄했다.

전문가들은 무한경쟁 시대에 개인 카페들이 차별성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카페 간 거리를 규제한다거나 하는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자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표준화된 서비스보다는 개인별로 맞춤화된 서비스 등을 통해 차별점을 부각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부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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